'주가 하락' SK이노, '차익 실현' 주식매수청구권 물량 쏟아질까

입력 2024-08-06 07:01  

'주가 하락' SK이노, '차익 실현' 주식매수청구권 물량 쏟아질까
배터리 사업 부진에 글로벌 증시 급락까지 악재 잇따라
주식매수금액 설정 8천억원 넘더라도 합병 무산 가능성은 낮을 듯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글로벌 증시 하락과 배터리 사업 부진 여파로 SK이노베이션[096770]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SK E&S과의 합병 추진 작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지난 5일 종가는 9만2천800원으로, 전날 대비 11.03%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발표 당일인 지난달 17일 11만9천700원에 장을 마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22.47% 쪼그라들었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온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2분기 4천60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탓에 SK이노베이션도 연결 기준 45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최근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기를 앞두고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파랗게 질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SK E&S와의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며 주식매수청구권이 양사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법 등에 따라 주주확정기준일에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 중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총회 전까지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하고,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에 한해 주총 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수 청구할 수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매수 예정가를 한참 밑돈다.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예정가격은 11만1천943원이다. 지난 5일 종가와 비교해도 주당 2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차익 실현을 노리는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실제로 종목토론방 등에서는 "12만원 회복 못 하면 다들 주식매수청구권을 쓸 텐데 SK에서 감당 못 하는 것 아니냐", "주식매수 청구하고 그만큼 새로 주식 사는 게 더 이득"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수 합계에 주식매수예정가격을 곱한 금액이 8천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서면으로 합의해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약 715만주 가량을 매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8천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양사 합병이 바로 무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사 합병을 무산시키는 것보다 합병에 따른 장기적인 시너지가 더 큰 만큼 1조원 안팎의 비용까지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로 2030년까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약 2조2천억원 수준의 추가 수익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어느 정도가 들어올지는 알 수 없지만, 합병 시너지를 감안하면 추가 비용 부담도 일정 부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 기간 전까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사 합병 추진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혔던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이슈는 이미 해소된 상태다.
SK E&S는 앞서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맺은 3조원 규모의 RCPS의 보장수익률을 종전보다 최대 2.4%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 E&S와 KKR이 현물이든 현금이든 당장 상환하지 않고 변경된 계약으로 RCPS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지난달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투자자인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 중"이라며 "합병 법인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 E&S와의 합병은 RCPS 이슈가 해결돼 주식매수청구권이 합병의 마지막 관문일 것"이라며 "성공적인 합병을 위해서는 주가 상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 E&S과의 합병과 SK온의 전략 변화로 불황기를 견딜 수 있는 이익 체력과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SK이노베이션 주가는 SK온 펀더멘탈(기초체력) 개선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의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27일 열린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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