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이구, 이란 대통령·참모총장 등 지도부 연쇄 면담
페제시키안 "확전 원치 않지만 이스라엘 범죄에 확실히 대응"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러시아 직전 국방장관인 세르게이 쇼이구 안보서기가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급거 방문했다.
하마스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전면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첨예한 시점이어서 관심이 모인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쇼이구 서기가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테헤란에 도착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을 차례로 만났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쇼이구 서기에게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우리나라에서 하니예를 암살한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란은 전쟁 확대나 위기 고조를 의도하지 않지만 이 정권의 범죄에는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IRNA는 중동 안보상황과 관련해 쇼이구 서기가 발언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 등 특정 강대국의 일방주의적 시대는 끝났다"며 "이란과 러시아가 세계 다극 체제를 촉진하기 위해 협력함으로써 세계 안보와 평화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쇼이구 서기는 이란이 러시아의 주요 전략적 동맹 중 하나라며 "양국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쇼이구 서기는 알리 아크바르 아마디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은 쇼이구 서기의 이란 방문에 대해 "안보, 무역, 경제 프로젝트 등 광범위한 양자 협력 현안과 중동 의제 등을 다룰 것"이라고 간단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날 시작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올 만큼 '일촉즉발'의 시기에 러시아 국방·안보 분야 고위 인사가 이란을 방문한 것은 의례적 행보로 보긴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쇼이구 서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온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직전인 이란 수뇌부에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급히 왔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이란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순망치한의 관계가 됐지만 푸틴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에 비춰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서기를 이란에 보내 확전을 자제하고 가자지구 전쟁을 최우선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건넸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전 세계의 이목이 이란의 보복 대응 시기와 수위에 쏠린 시점에 러시아가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부수적 효과까지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른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하니예 암살을 두고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으려는 듯한 논평을 내놨었다.
러시아는 당시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려는 시도에 반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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