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풀려난 독일인 "석방날 시베리아 수용소 가는줄"

입력 2024-08-06 17:53   수정 2024-08-06 18:46

러시아서 풀려난 독일인 "석방날 시베리아 수용소 가는줄"
"러, 마약중독자도 형 면제해주고 전쟁터 보내더라"
독일 법무 "정치범 더 나올수도…러시아 가지 마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서방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으로 반년여 만에 고국으로 돌아간 독일인 마약사범이 귀국 전까지 시베리아 수용소에 수감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파트리크 쇠벨(38)은 6일 시사매체 슈테른 인터뷰에서 독일행 비행기에 타고서도 "혹시 시베리아 수용소로 데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며 여권을 받고 나서야 귀국하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쇠벨은 지난 1월16일 곰 모양의 대마 젤리 6개(20g)를 가방에 넣고 입국하다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서 체포됐다. 러시아 법에 따라 징역 7년형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으나 지난 1일 풀려났다.
동료 수감자들에게 '젤리 곰 인간'으로 불렸다는 그는 "(수감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보내줄 가족이 없다는 걸 알게 되자 모두 나를 잘 챙겨줬다"고 떠올렸다.
감옥에는 러시아 관리들이 찾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면 남은 형기를 면제해주겠다며 수감자들과 거래를 시도했다고 쇠벨은 전했다.
그는 걷지도 못하는 마약 중독자까지 전쟁터에 나갔다며 자신은 제안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이번 수감자 교환으로 벨라루스에서 테러·용병 활동을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리코 크리거(30) 등 5명을 돌려받았다.


대신 2019년 독일에서 전 체첸 반군 지휘관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바딤 크라시코프(58)를 내줬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국자'라며 석방을 가장 원했던 수감자다. 독일에서는 범행한 베를린의 공원 이름을 따 '티어가르텐 살인자'로 불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살인범을 송환하는 결정을 쉽게 내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자국민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전례를 따라 러시아가 자국민 귀환을 위해 무고한 외국인을 수감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르코 부슈만 법무장관은 이날 "더 많은 정치범이 생길 수 있다"며 "불가피한 이유가 없는 한 아무도 안전하지 않은 나라에 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정치학자 다피트 지라코프는 "외국인을 수감해 자국 정보기관 조직원을 석방하라고 압박하는 냉전시대 전략이 여전히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외교 레퍼토리"라며 "신뢰를 구축하거나 관계개선의 희망을 키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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