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8단 품질 테스트 통과" 보도에 주가 3% 상승…삼성은 부인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삼성전자[005930]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 인증을 놓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폭증한 데 따른 것이지만, 최근 연달아 주식시장 개장 전 사실과 다른 내용의 외신 보도가 나오며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출렁이는 등 과도한 관심이 시장에 혼란을 더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3.03% 상승한 7만4천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개장에 앞서 로이터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3E 8단이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했다고 보도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 등의 여파로 지난 5일 하루에만 주가가 10.30% 급락하는 등 '7만 전자'로 후퇴한 가운데 조만간 엔비디아와 HBM3E 공급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저가 매수세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로이터 보도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 불가"라면서도 "주요 고객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로이터 보도에 대해 사실상 부인한 셈이다.
장 초반 3% 넘게 하락했던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삼성전자의 부인 이후 반등에 성공, 전일 대비 3.42%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HBM 제품 관련 보도를 둘러싼 소동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앞서 로이터가 지난 5월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HBM 제품이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이 문제가 돼 품질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하자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당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3.07% 하락했다.
전날에는 화웨이와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 대비해 삼성전자의 HBM을 사 모으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HBM, 특히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부가 제품인 HBM이 AI 시장의 필수재로 급부상하기는 했지만, 아직 D램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은 올해 전체 D램 출하량의 5%, 매출의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실제로 HBM 4세대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HBM 시장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6조6천6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10조4천439억원을 벌어들인 것도 범용 D램과 낸드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감산 조치 이후 메모리 수요가 점차 회복된 데다, 최근 AI 시장 확대로 주요 메모리업체가 HBM 생산을 늘리며 범용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메모리업계의 투자가 늘며 전체 캐파(생산능력)는 늘어나겠지만 상당 부분이 HBM 생산 확대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범용 D램은 현재의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일반 D램의 수요 회복이 가속화된다면 분기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 D램의 수익성이 연간 계약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HBM의 수익성에 비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AI 거품론'이 확산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것도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3E 인증과 공급 등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자 지난달 31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향후 계획을 공식화했다.
HBM은 통상 사전에 고객사와 맺은 계약을 토대로 공급 물량을 결정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이처럼 HBM의 공급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고, 공급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하면 지금의 관심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3, 4분기에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공급하게 될 텐데 무리한 보도가 자꾸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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