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 극우 시위 벌어진 후 수천명 모여 '반극우 시위'
당국 강경 대응 천명…'고속재판'으로 가담자 3명에 최대 36개월 징역형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흉기난동 참사 이후 반(反)이민·반무슬림 극우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이에 맞선 반극우 '맞불' 시위가 영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이날 저녁 런던과 브라이튼, 리버풀, 버밍엄, 브리스틀 등지에서는 이민자 지원 센터 앞을 비롯한 거리 곳곳에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인종주의와 극우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BBC·스카이방송,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난민을 환영한다", "인종주의를 거부한다"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 시위는 애초엔 극우 시위에 맞선 '맞불' 시위로 조직됐다. 이날 극우 세력이 전국 이주민 지원 센터 앞에서 대규모로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가 퍼진 데 따른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29일 어린이 댄스 수업에 침입한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어린이 3명이 살해되고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확산한 이후 극우 폭력 시위가 이어져 왔다.
텔레그램에는 7일 극우 시위가 열릴 장소라면서 주소를 담은 리스트가 돌았다. 영국 언론은 경찰 소식통들을 인용해 경찰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100여 곳을 파악해 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명단에 오른 지역의 모스크와 상점 등은 철문을 내리고 건물 외벽과 창문에 나무판자나 플라스틱 판자를 덧대는 등 폭력 시위에 대비했다. 여러 사업장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거나 일찍 문을 닫기도 했다.
극우 반대론자들도 애초 시위 장소로 알려진 이주민 지원 센터 등 30여 곳에서 맞불 시위를 준비했다.
가디언은 이날 오후 7시께 리버풀에서 이주민 지원 센터가 있는 교회 앞에 수백 명이 '인간 방패'를 형성해 극우의 공격에 대비했다고 전했다.
런던에서는 월섬스토에만 반극우 시위대 수천명이 모였고 해크니, 브렌트퍼드에도 시위자들이 반극우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시위도 진행되긴 했지만, 앞서 1주일간 열린 극우 시위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문이 돌았던 극우 폭동은 결국 현실화하지 않았다면서 반인종주의 시위자들은 반대 세력이 거의 없이 두어 시간 만에 해산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켄트 채섬에서는 반이민 시위자 150명이 맞불 시위자 50명과 마주 선 채로 시위를 벌였고 포츠머스에서는 약 200명의 반이민 시위자가 모여 "우리 아이들을 구하라" 구호를 외쳤다. 브라이튼에서는 맞불 시위대가 반이민 시위대보다 훨씬 많았다.
이날 대규모 극우 시위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두고 BBC는 "대체로 평화로운 저녁은 체포와 구금형, 다른 이들의 반폭력 여망이 폭동을 일으키려고 했던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촌평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는 시위 초기부터 폭력 시위는 시위가 아닌 난동이라며 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이제까지 체포된 사람은 430명, 기소된 사람은 140명으로, 당국은 폭력 시위 주동자들에 대해 테러 혐의 적용 가능성도 제기하는 등 폭력 시위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사법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법원은 시위가 벌어진 지 약 1주일 만인 이날 시위에서 폭력 행위를 한 가담자 3명에게 20∼3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시위 주동자들을 테러 혐의로 기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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