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軍사정 장기화 이유는…"군비 급증강 속 부패 만연 탓"

입력 2024-08-08 10:52  

시진핑의 軍사정 장기화 이유는…"군비 급증강 속 부패 만연 탓"
'미군 추월' 핵전력 담당 로켓군 전력 강화 과정 부정부패·뇌물 횡행
웨이펑허·리상푸·리위안차오 이어 쑨진밍 수사…시진핑 "부패조건 없애라"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지속해온 군부 사정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급속한 군비 증강 속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는 미래 전력인 로켓군 중심으로 전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장비 조달과 관련해 부정부패·뇌물수수 등이 급속하게 확산해 사정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실제 10년 넘게 연간 7∼8%대를 유지해온 중국 국방예산 증가율은 올해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인 '5% 안팎'보다 높은 7.2%다.
이에 따라 올 국방예산은 1조6천900억위안(약 3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육·해·공군 이외에 로켓군 비중은 갈수록 증가 추세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2016년 1월 1일 인민해방군 기존 7대 군구(軍區)를 5개 전구(戰區)로 개편하면서, 이전 제2포병을 로켓군으로 증강·개편해 군 예산을 전폭적으로 투입해왔다.
핵미사일 운용 부대뿐 아니라 전략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부대, 우주 방어부대 등을 통합한 미래 전력으로 육성해 세계 최강 미군을 앞서겠다는 속내였다.
사실 로켓군의 부정부패가 많은 건 시 주석 주도의 당 중앙이 첨단무기 현대화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고, 그 과정에서 각종 형태의 뇌물 수수와 그걸 정화하지 못하는 군 내부의 폐쇄적인 기율·감찰 기능으로 인해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달 15∼18일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리상푸 전 국방부장(장관)과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원(사령관), 쑨진밍 전 로켓군 중장의 당적이 박탈됐다.
여기에 저우야닝 전 로켓군 사령원, 장전중 전 로켓군 부사령원, 리촨광 로켓군 장비발전부 부부장, 뤼훙·딩라이항 전 공군 사령원, 당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 부부장 출신의 장위린·라오원민·쥐신춘 등도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말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내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부정부패 척결 작업이 추진돼왔으나, 작년 7월부터 인민해방군 사령탑인 당 중앙군사위 주도로 로켓군에 조사가 집중되고 있다.


리상푸는 물론 전임자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도 시 주석이 발탁해 키운 인재로 통한다.
충칭대 자동화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뒤 항공 엔지니어 출신으로 인민해방군에 합류해 시창위성발사센터 주임과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위성 개발 프로그램에 몸담았던 리상푸를 국방부장 자리에까지 앉힌 것이다.
웨이펑허는 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 주석까지 모든 권력을 거머쥔 시 주석이 처음으로 승진시킨 군 고위직이었다. 제2포병 사령관이었던 웨이펑허에 당 중앙군사위 위원을 겸직하라는 인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6월 27일 열린 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웨이펑허에 대해 뇌물 수수 혐의로 당적 제명과 군 계급 박탈, 수사기관 이첩 처분이 결정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브라이언 하트 연구원은 "인민해방군 내부에 승진을 노린 뇌물 수수가 횡행한다"면서 "군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면 몇 차례 숙청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의 중국정치 선임연구원인 우궈광은 "아직 알지 못하는 많은 (로켓군 포함 인민해방군)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면서 시 주석의 사정 작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 주석이 지난 6월 중앙군사위 정치공작(업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치건군'(政治建軍, 정치적으로 군대를 세우는 일)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부패를 낳는 조건을 없애라"라고 주문한 데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시 주석의 군 부정부패 척결 의지는 후진타오 전 주석 재임 때부터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지냈던 쉬차이허우·궈보슝을 반면교사 삼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 주석과 권력 다툼을 했던 이들은 군사령관 임명을 빌미로 2천만위안(약 38억5천만원)을 뇌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이들은 결국 낙마했다고 SCMP는 전했다.
궈보슝은 2016년 뇌물 수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쉬차이허우는 2015년 재판을 앞두고 암으로 사망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의 제임스 차 연구원은 "오랜 기간 사정 작업 끝에 시 주석의 군부 통제력은 이제 마오쩌둥을 능가할 수준"이라고 짚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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