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추진…3년 한시 용적률 30%p 상향
통합심의 허용 등 사업절차 간소화…임대의무비율·건축규제도 완화
시세 17억원 이하, 주택연금으로 분담금 납부 허용…재초환 폐지 추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는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을 촉진하는 특례법을 만들어 사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확대해 사업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연금을 활용해 조합원 추가분담금 납부를 허용하고, 과도한 조합원 부담과 미실현이익 과세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는 폐지를 추진한다.
◇ '촉진법'으로 속도전…용적률 30%p 높이고 주택공급 의무비율 폐지
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특례법인 가칭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만들어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앞서 '1·10 대책'에서 30년 이상 노후 단지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허용하는 등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위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특례법을 만들어 사업 절차와 수익성 제고 등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37만가구 정도지만, 공사비 급등, 사업성 저하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토부는 조만간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해 3년 한시로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포인트 올려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일반 정비사업은 현행 최대 300%인 용적률을 330%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역세권 정비사업 지구는 360%인 허용 용적률을 390%까지 높일 수 있다.
다만 규제지역(현재 강남3구·용산구)은 대상에서 배제되며, 용적률 혜택을 노려 사업을 되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발표일 이전에 이미 사업계획인가를 신청한 곳도 제외할 방침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공급 의무비율도 폐지한다.
현재 과밀억제권역의 재건축 사업은 전용 85㎡ 이하를 건축 가구 수의 60% 이상, 재개발 사업은 80% 이상 건설해야 하는데, 유연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이 의무비율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주상복합 재건축 시 아파트와 업무·문화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함께 설치될 수 있도록 건축물 용도제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는 주상복합에 아파트 외에 오피스텔만 설치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정비계획을 통해 적정 용도를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간 거리인 인동간격은 심의를 거쳐 법적 최소기준까지 완화하고, 공원녹지(가구당 3㎡) 의무 확보 대상 사업지는 부지면적 5만㎡에서 10만㎡로 완화한다.
서울시와 함께 용적률 인센티브로 의무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도 완화한다.
현재 서울시 3종 일반주거지역은 250%인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높일 수 있는데, 이렇게 늘어난 용적률 50%포인트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
개선안은 노원구처럼 평균 공시지가가 서울 평균보다 낮은 지역에 보정계수를 도입해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을 증가한 용적률(50%)의 절반(25%)이 아닌 15%로 낮춰준다.
지방자치단체의 임대주택 인수가격도 현행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 건축비의 80%로 1.4배 상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줄면 그만큼 일반분양분을 늘릴 수 있어 조합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쟁이 확대되고 있는 공사비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가칭 '공사비 검증지원단'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2배 이상 확대한다.
특히 분쟁 빈도가 높은 마감재 종류와 수준, 비용 등은 입찰 참여 단계에서 건설사가 상세히 제시하도록 해 공사비 증액 검증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 재건축 절차 간소화로 6년 단축…조합원 취득세 감면 등 지원
정비사업 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
국토부는 정비사업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통합 처리를 허용하고, 조합 설립 후 단계적으로 해야 했던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도 동시 수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해야 하는 조합원 분담금 추산은 대표 유형만 산정하도록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 요건은 종전 조합원 75%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동별 동의 요건은 2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낮춘다.
또 지자체가 조합에 토지 등 소유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조합원 총회 시 온라인 투표 등 전자의결 방식을 허용한다.
통합심의 및 인허가 의제 대상은 재해영향 평가나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으로 확대하고, 지자체의 인허가가 지체되지 않도록 법정 처리기한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관계기관 이견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광역 지자체 합동조정회의도 신설해 국토부가 관리한다.
국토부는 앞서 1·10 대책의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하는 '패스트트랙' 도입과 이번 촉진법 시행으로 앞으로 재건축 사업 일정이 각각 3년씩 총 6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통상 14∼15년 걸리는 재건축 사업이 8∼9년이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조합에는 사업계획 수립 용역비나 총회 개최비 등 초기 사업비 일부를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구역당 50억원 이내)해주고, 정비사업의 대출보증 규모는 최대 20조원으로 늘린다.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급증하고 있는 조합원 추가분담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연금을 활용한 분담금 납부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교육·의료비 등으로 제한돼 있는 주택연금 개별 인출 대상에 분담금 납부 목적을 추가하고, 개별 인출 한도도 연금 한도의 70%(현행 50%)로 상향하는 것이다.
국토부 진현환 1차관은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라 시세로는 17억원 이하 주택부터 적용되는 것"이라며 "이 경우 4억2천만원까지 일시 인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에 대한 취득세 감면도 추진한다.
비규제지역의 분양가 12억원 이하의 경우 지자체가 조례로 최대 40% 범위에서 취득세를 감면해줄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공식적으로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주민 부담이 커지고, 주택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발표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의 내용을 분당 등 1기 신도시에도 적용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오는 11월에 '2만6천가구+α'(최대 3만9천가구) 규모의 선도지구를 지정하는 데 이어 오는 2029년까지 8만8천가구의 인허가를 마치고 4만6천가구의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이러한 속도전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부동산R114 여경희 빅데이터연구소장은 "현재 재건축 사업의 문제는 절차상의 어려움보다는 급등하는 공사비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 정작 공사비를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미흡해 보인다"며 "재초환 폐지는 국회 설득이 관건이고, 용적률 확대에 따른 주거 여건 악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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