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8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서울 등의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지으려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5㎢를 푼 이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 1월 그린벨트 신규 택지에 2만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는데 물량을 4배 늘린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급히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했다. 또 용적률 확대 등을 통해 3기 신도시 공급 물량도 종전보다 2만가구 더 늘리기로 했다. 다가구, 연립·다세대 등 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 대책도 담겼다. 이를 통해 향후 6년간 수도권에 42만가구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이날 대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주택 공급을 확대하되 투기수요는 억제할 정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진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시장 안정화의 핵심은 충분한 주택 공급과 적정 수준의 시중 유동성 관리"라며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수요는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내달 1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관계부처 합동 현장점검반을 즉시 가동해 허위 매물·신고, 편법 증여·대출 등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하겠다고도 했다.
8·8대책 곳곳에 '획기적' '선제적'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주려 애쓴 흔적은 엿보인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안이한 인식과 대출 정책 혼선으로 이미 불붙은 집값과 '빚투' 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6% 올라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름폭은 다소 둔화했으나 휴가철 매수 문의 감소 등을 고려하면 전혀 안심할 수 없다. 경기(0.11%), 인천(0.26%)의 강세도 여전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0.17% 올라 64주째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지난달 48.7대1로 44개월 만에 최고치이고, 가계대출은 7월 7조1천억원이 더 불어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기준금리 인하와 전세 수요가 몰리는 가을 이사철 등도 시장 불안을 부채질할 요소다. 관건은 실행력이고 속도전이다. 후보지 선정부터 실제 입주까지 8∼10년이 걸리는 신규 택지를, 그것도 그린벨트를 풀어 신속하게 공급하려면 사업절차 간소화 조치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촉진하는 특례법 추진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방침 등을 밝혔지만,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여야가 따로 없는 민생 문제인 만큼 야당도 적극적으로 정부·여당과 협의에 나서길 바란다.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줘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포모(FOMO) 심리부터 잠재워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