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토머스 대표 "유방 밀도로 암 위험도 예측…데이터 충분"
"내년 루닛 AI 정확도 향상…美 임시 코드로 시장 개척"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루닛과 함께 암을 조기 예방하는 '캔서 AI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테리 토머스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대표 겸 루닛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루닛과 볼파라가 공동으로 개발할 첫 제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은 지난 5월 볼파라 인수를 완료했다.
뉴질랜드 소재 의료 AI 기업 볼파라는 미국 내 유방암 검진 기관 약 2천 곳에 유방암 검진 관련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유방 조직의 밀도를 정량화해 유방암 위험 평가를 돕는 설루션 '볼파라 덴서티', 개인 맞춤형 유방암 위험도를 측정하는 설루션 '리스크 패스웨이' 등이 주력 제품이다.
이를 통해 볼파라는 약 1억 장의 유방 촬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루닛은 볼파라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형 AI 구축과 맞춤형 암 검진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토머스 대표는 캔서 AI 플랫폼이 여성의 생애 주기, 유방 조직 밀도에 따라 유방암 위험도를 예측해 암을 조기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방 조직 밀도, 혈액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 농도 등 유방암 주요 요인과 가족력·유전자 검사 결과·음주율 등 모든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암 위험도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며 "캔서 AI 플랫폼은 이미 발생한 암을 사후 진단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암을 조기 예방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특히, 나이를 기준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도록 하는 관념에서 벗어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선제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생애 어느 시기라도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추적 관찰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에서 여성에게 40세부터 매년 유방암 검진을 받을 것을 권장하는 지침이 나왔다"며 "다만 40세든지 45세든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캔서 AI 플랫폼이 암 위험도를 측정해 암을 조기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볼파라가 충분한 데이터를 갖췄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플랫폼 구축에는 볼파라의 '리스크 패스웨이' 외에도 루닛의 유방암 검진 AI 설루션 알고리즘, 비영상 데이터 등이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볼파라는 루닛과 공동으로 제품 개발, 마케팅 협업 등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토머스 대표는 "루닛과 전략적 마케팅팀을 구성했고, 미국·호주 등에서 이미 루닛 AI 설루션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며 "최대한 양사의 기존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닛은 지난해 9월 볼파라 경영진을 만나 처음 인수합병(M&A)를 제안했는데, 양측은 약 3개월 뒤인 12월 곧바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토머스 대표는 인수 절차를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루닛의 AI 전문성과 기업 문화를 꼽았다.
그는 "볼파라는 AI 전문 역량이 부족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려고 후보 기업을 고려하던 중 루닛의 조직 문화가 볼파라와 매우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며 "볼파라는 미국·호주 시장에서 선두지만 아시아·유럽 시장은 그렇지 못한 반면, 루닛은 미국에 진출하려는 상황에서 기업간 인수합병이 상호 보완적일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파라의 데이터 수집 인프라에 기반해 내년쯤 루닛 AI 설루션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의료 AI 기업이 활발히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가운데, AI 설루션의 성능뿐 아니라 미국 보험 시장 진입을 위한 체계적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토머스 대표는 강조했다.
의료 AI 설루션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받은 뒤에도 미국의사협회(AMA)의 신기술 수가(CPT) 지정 코드를 받아야 하며, 공보험인 메디케어나 사보험 시장에 진출해 보험 수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가 적용 이후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바이어에게 제품의 임상적 효능과 비용 효율성 등을 피력해야 하는 과정도 간단치 않다.
토머스 대표는 "의료 AI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려면 임상·인허가 규제·품질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한 시스템이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FDA 승인 이후 코드를 얻어도 아직 절반밖에 오지 않은 것"이라며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치밀 유방의 여성에 대해 보험사가 추가 영상 촬영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의 '파인드 잇 얼리 액트'(Find It Early Act) 법안이 추진되는 등 유방암 분야 AI 설루션에 대한 보험 수가 문제가 주요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치밀 유방은 유방 내 유즙을 만들어 내는 유선 조직의 양이 많아 상대적으로 유방 조직의 밀도가 높은 유형을 말한다.
토머스 대표는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의료 AI 기업이 신기술에 적용되는 임시 수가 코드 발급을 통해 기존 수가 코드와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볼파라 덴서티와 루닛의 유방암 AI 검진 설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루닛 인사이트 DBT' 등 제품에 대한 임시 코드 발급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가 적용 시) 루닛과 볼파라 제품으로 유방 촬영을 진행해 추가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검사에 대한 수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대표는 유럽에서 AI 기술의 위험 정도에 따라 차등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AI 규제법'이 발효된 것과 관련해 "의료 AI 업계 전반적으로 좋은 일"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이 안전한 AI 설루션을 개발하는 데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며 "이번 규제에 따라 어떤 AI 유형이든지 명확한 학습·검증을 통해 안전한 AI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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