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는 이란, 출구찾기?…"보복 규모·방식 재고 가능성"

입력 2024-08-09 11:42  

숨고르는 이란, 출구찾기?…"보복 규모·방식 재고 가능성"
CNN "이란, 가자전쟁 휴전 명분으로 보복 폐기 방안 숙고"
열흘 지났는데 '잠잠'…"모사드 등 암살 책임자 겨냥 선별 대응 무게"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이스라엘에 대한 '피의 보복'을 공언한 이란이 긴장 고조를 피할 출구를 찾고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과 기대가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란이 가자지구 휴전을 대가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폐기하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 주말 사이 테헤란에서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만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란이 긴장 고조를 피할 출구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CNN은 또 '이란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평화 협상 진전을 대가로 물러설 준비가 돼 있을 수 있다면?'이라고 가정하면서 이것이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에 모였던 각국 지도자들의 바람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지난달 31일 새벽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직후 성급하게 내놓은 보복 위협에서 물러나려면 외교적 방패가 필요하며, 가자지구 휴전이 그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란은 '우리 나라는 보복하는 것보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더 신경 쓴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한 미 당국자와 서방 정보 당국자는 이제는 이란보다는 헤즈볼라가 행동을 취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집트와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 대해 "협상은 최종 단계에 도달했고 우리는 매우 매우 곧 결승선을 넘을 수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경제 부문 등에서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CNN은 지난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보복 자제를 촉구한 것과 관련,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반응은 그가 듣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만약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정말로 전쟁과 이 지역 불안정을 막기를 원하고, 이 주장을 증명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은 즉각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무기를 팔고 지원하는 것을 중단하고, 이 정권이 집단학살과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고 휴전을 수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란의 반체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같은 날 소식통을 인용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CNN은 일단 OIC 긴급회의와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는 외교적 노력으로 출구 마련을 위한 외교적 공간과 시간을 벌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자국의 요청으로 열린 OIC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보복할 권리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슬람 국가들은 이번 암살과 이란 주권 침해를 한목소리로 규탄하면서도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한 공식적인 공동 지지는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외교적 방안을 통해 상황이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란도 이번 회의에서 이슬람 국가들에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정당성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면서도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 정권의 침략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합법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여지를 뒀다.
즉각적인 '응징'보다는 유엔 안보리 대응을 봐가면서 행동 수위를 정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의 규모와 방식을 재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당국자들이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이슬람 국가들의 명백한 지지가 없다고 이란이 보복을 단념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이스라엘 소식통들은 최근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는 외교적 압박이 커지면서 이란이 아직 보복 공격의 규모와 범위에 대해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디언은 이란이 민간인보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등 하니예 암살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겨냥한 보다 선별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하니예 암살 후에도 이란이 대응에 나서지 않은 기간이 열흘이 다 돼가면서 당국자들은 점점 더 이란이 지역 전쟁을 유발하거나 이스라엘 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초래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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