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11번가·롯데온 등 판매·이용자 '쑥'
"플랫폼 갈아타기 핵심 요소는 '거래 안전성'"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터진 지 한 달 만에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티메프의 우수 판매자를 흡수하려는 기존 플랫폼 간 치열한 경쟁 속에 판매자들의 대규모 이동이 시작됐고, 티메프 충성 고객들도 새로운 소비처를 물색하는 모양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이후 새로운 둥지를 찾으려는 판매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티메프와 관계사인 인터파크커머스, 모회사 큐텐의 해외 직접판매(역직구) 영역까지 포함하면 입점 판매사가 10만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다수 판매사는 여러 플랫폼에 입점했으나 큐텐 계열에서만 판매 활동을 한 곳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판매자는 사태가 터지고 얼마 후 큐텐 계열 플랫폼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당장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미정산 피해를 본 판매자의 경우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플랫폼에 서둘러 자리를 잡아야 하는 처지다.
최근 다른 플랫폼의 신규 입점 판매자 수가 증가 추세에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에 따르면 이달 1∼7일 새로 입점한 판매자 수는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롯데온은 "여름철 비수기에 휴가 절정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라고 했다.
11번가에서도 지난달 신규 입점 판매자 수가 전달 대비 16%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월간 신규 입점 판매자 증가율이 5%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G마켓(지마켓) 역시 최근 신규 판매자 유입세가 가파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각 플랫폼이 우수 판매자를 유치하고자 경쟁적으로 내놓은 지원 정책도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롯데온은 이달 말까지 신규 입점 판매자의 판매 수수료 면제와 20억원 규모의 판촉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 1일에는 매달 선착순 500명의 판매자에게 광고비를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추가 도입했다.
11번가는 첫 입점 판매자에게 판매 수수료 인하와 광고 포인트 지원 등의 혜택을 주고, G마켓은 다음날 합포장 서비스 '스마일배송' 신규 가입 판매자의 비용 지원책을 내놨다.
이들 플랫폼은 판매 후 최대 열흘 안에 대금을 지급하는 빠른 정산과 '에스크로'(제3 금융기관 예치 신탁) 방식의 안전성도 강조한다. 티메프 사태로 증폭된 정산 지연 또는 미정산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다.
티메프 내부 정책에 맞춰 한창 거래액을 늘리다가 플랫폼 자체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갑자기 판로가 막힌 판매자들로서는 이러한 혜택을 활용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새로운 플랫폼에서 재기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매출을 다시 안정시키고 성장성을 확보하려는 판매자들이 채널 프로모션에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동반성장 하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 이용자들의 '이합집산'도 활발하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G마켓·옥션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는 168만4천597명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156만6천906명)보다 7.5% 늘었다.
해당 기간 11번가도 143만1천883명에서 146만4천559명으로 2.3% 증가했고, 쿠팡은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알리익스프레스는 4.2%, 테무는 9.2% 각각 줄어 대조를 보였다.
고객들이 티메프 사태 후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오픈마켓 형태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대형 플랫폼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온도 지난달 신규 가입 고객 수가 6월보다 10% 증가한 데 이어 이달 1∼7일에는 지난달 동기 대비 22%나 늘어 고객 유입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판매자든, 이용자든 거래 안전성을 그 어느 때보다 플랫폼 선택의 중요 요소로 고려하는 것 같다"며 "재무 구조가 튼튼한 대기업 계열 플랫폼이나 인지도를 갖춘 국내 대형 플랫폼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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