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 두 번째 환자 뇌에 칩 이식…뇌손상 최소화 장점·부작용도 엄존
"실용화 기술 개발 긍정적…일관된 결과 나와야 쓸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영화 '매트릭스', '루시', '리미트리스'에는 뇌의 특정 영역을 깨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최첨단 뇌과학 기술이 정보통신,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달에 따라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이 이끄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척추 손상을 입은 두 번째 환자의 뇌에 컴퓨터 칩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가 지난 3월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는 2016년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 모든 신체가 마비된 놀런드 아르보가 생각만으로 체스를 두는 모습이 담겨 화제가 됐다.
아르보가 컴퓨터 커서를 움직인 건 지난 1월 뉴럴링크가 그의 뇌에 이식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 '텔레파시'에서 뇌 전기 신호를 컴퓨터로 전송했기 때문이다.
BCI는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측정·분석해 휠체어나 컴퓨터와 같은 외부 기기를 제어하고 사지마비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주목받는다.
해당 기술은 외과적 수술 등 신체에 상처를 내 이식하는 침습적 방식과 신체에 상처를 내지 않고 뇌파 등을 이용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나뉜다.
처음 BCI 개념을 제시한 사람은 197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자퀴스 비달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4년 미국 브라운대 뇌과학자 존 도너휴가 BCI 칩 '브레인게이트'(Brain Gate)를 환자에게 처음으로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브레인게이트는 환자의 뇌에 딱딱한 실리콘 전선을 컴퓨터에 유선으로 연결한 형태라는 물리적 단점이 존재했다.
수십 년 전에 이 같은 성과가 나왔는데 현재 뉴럴링크가 추진하는 임상 시험은 왜 주목받는 것일까.
조일주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동물에게 무선 칩을 이식한 실험은 많았지만, 사람의 뇌에 무선으로 칩을 이식한 사례는 뉴럴링크가 처음"이라며 "뇌에 이식한 전극 개수도 가장 많다"고 말했다.
텔레파시는 지름 23㎜, 높이 8㎜의 원판에 머리카락보다 얇은 실 64개가 붙어 있는 형태다. 실마다 뇌파를 읽는 전극이 16개 붙어 있어 총 1천24개의 전극이 뇌 신호를 감지하는 셈이다.
조 교수는 텔레파시가 환자의 두개골을 열어 전극이 붙은 '실'을 뇌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뇌 손상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점이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뇌는 척수액 안에 떠 있어 우리가 숨을 쉬거나, 머리를 흔들면 움직이는데 특정 물체(칩)가 박혀 있을 경우, 뇌가 긁히는 등 데미지(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텔레파시는 뇌가 움직이면 같이 따라 움직일 수 있어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물론, 텔레파시의 부작용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첫 임상 환자인 아르보의 뇌 표면에서는 전극이 빠지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그간 뉴럴링크가 진행한 연구를 통해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마비·발작·뇌부종 등 부작용을 보이고, 수많은 동물이 안락사되는 등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BCI 기술은 뇌 질환 치료, 사지마비 환자의 재활 훈련에서 나아가 먼 미래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모빌리티 산업 연계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해 기술에 대한 우려만으로 마냥 도외시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현재 뉴럴링크 실험은 환자에게 이식한 칩을 장기간 사용해도 안정적으로 신호가 측정되는지 검증하는 단계"라며 "(텔레파시는) 인체에 삽입하는 의료기기이므로 향후 수십∼수백명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해 일관된 결과를 얻어야 정식 제품으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기범 한국뇌연구원 연구전략실장은 "뉴럴링크의 실험이 의미 있는 건 20∼30년간 연구실에서만 해오던 기술을 실제 실용화 기술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대학 연구진과 스타트업이 BCI 기반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BCI 벤처 기업 지브레인은 뇌파를 읽을 수 있는 유선 방식의 장비를 올해 안에 실험하고, 이를 토대로 사람에게 무선 방식의 BC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임상을 내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판도를 바꿀 미래 기술을 지원하는 '알키미스트(연금술사) 프로젝트'를 통해 지브레인과 서울대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팀 등이 참여하는 '브레인 투 X'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해당 과제는 사람의 뇌와 컴퓨터 등 외부기기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물리적 매개체)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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