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9천999만9천900원 출자…"매각으론 피해복구 어려워"
합병 통한 회생 가능성 의문…재판 대응 전략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대표가 두 플랫폼의 합병 추진을 강행할 태세다.
큐텐은 지난 8일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라는 명칭의 신규 법인 설립을 법원에 신청하고 1차로 설립자본금 9억9천999만9천900원을 출자한다고 9일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 간 합병은 법원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 우선 신규 법인을 설립해 합병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설립자본금을 '10억원-100원'으로 설정한 것은 상법상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인 소규모 회사는 주주총회 소집을 간소화할 수 있는 등의 혜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큐텐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해 관계자의 동의를 받아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지분을 100% 감자하고 자신의 큐텐 지분 38% 전부를 합병법인에 백지 신탁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KCCW가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이른바 지주회사가 된다.
KCCW를 기반으로 큐텐의 아시아 시장과 '위시'가 가진 미국·유럽 시장, 샵클루즈의 인도 시장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구 대표는 아울러 판매자를 주주조합 형태로 KCCW에 참여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큐텐은 KCCW를 내세워 투자금 유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CCW는 우선 이날부터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 대금의 전환사채(CB) 전환 의향서 접수에 들어갔다.
이달 말까지 판매자들을 모집해 1호 주주조합을 결성한 뒤 법원에 합병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합병이 승인되면 2∼3호 주주조합을 순차적으로 결성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전날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긴급 회동해 이러한 자신의 플랫폼 재건 계획을 밝히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틀은 구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것과 대동소이하다.
당시에도 당장 현금이 필요한 판매자들이 이를 수용하겠느냐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횡령·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구 대표가 향후 재판 절차까지 염두에 두고 피해 복구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했다는 점을 부각하고자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상거래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티몬과 위메프의 회생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아 합병 추진 자체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피해 복구는 뒷전에 두고 사업 재기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비판도 많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완전한 피해 복구를 위해선 플랫폼 재건 외 다른 길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 매각으로는 피해 복구가 어렵다"며 "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티몬과 위메프가 합병하면 사업 규모가 국내 4위로 상승한다"며 "기업 가치를 되살려야 투자나 인수합병(M&A)도 가능해지고 내 지분을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달 29일 나란히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이튿날 법원의 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 명령에 따라 채권과 채무가 모두 동결됐다.
법원의 승인을 얻어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들어간 양사는 오는 12일 신규 투자 유치 계획, M&A 추진, 구조조정, 단독 매각 등의 방안이 담긴 자구안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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