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소재·각형배터리·지그재그 분리막 등 안전 관련 기술 고도화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최근 잇단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진 가운데 국내 배터리업계가 설계 및 생산 단계부터 안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연쇄적으로 열 전파가 일어나며 화재 및 폭발로 번질 수 있는데, 이 같은 열 전파 현상을 차단하는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소재 면에서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발화되더라도 배터리 팩 밖으로 불이 번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소재로 팩을 생산한다. 또 모듈과 팩에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열이 전이되는 상황을 차단한다.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니늄)는 설계 최적화를 통해 열 제어 기술을 향상했다.
니켈 함량을 50∼60% 수준으로 낮추고 망간 함량을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의 경우 발열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열 안전성이 30% 이상 높다.
올해 말 양산 예정인 원통형 46-시리즈에는 셀 단계에서 배터리 내부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시켜 셀의 저항을 줄이고 연쇄 발화를 방지하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한다.
배터리 제조 이후에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이상 징후를 사전에 모니터링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BMS 고도화를 위해 미국 반도체업체 ADI와 셀 내부 온도 측정 기술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최근 퀄컴과 협력해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첨단 BMS 진단 설루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폼팩터(형태) 중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각형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넓은 밑면으로 하부 냉각판과 접촉면을 키울 수 있어 구조상 발열 전파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내부 가스를 내보내는 벤트(배출구)와 특정 전류가 흐를 때 회로를 차단하는 퓨즈 등 각종 안전장치가 있는 점도 특징이다.
삼성SDI는 또 셀부터 팩까지 단계별 전문가로 구성된 '열 전파 방지 협의체'를 사내에 구성해 제품군에 최적화된 설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열 전파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고도화 중이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폴딩' 기법을 통해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도입했다. 분리막 사용량이 일반 공정 대비 많지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양극활물질의 구조적 안전성을 높이고 배터리 장기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원소 배합을 조정하는 복합 도핑 기술도 상용화했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이처럼 안전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외부 충격에 약한 배터리 특성상 한층 강화된 기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화재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일명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가 그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로서는 배터리 열관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기차 운전자가 차량 내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올바른 충·방전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100%까지 완충하지 않고, 80∼90% 정도로 충전하는 것이 화재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비-라이프케어'와 같은 전기차 배터리 종합 진단 서비스를 활용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부, 산업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열어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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