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넴초프 살해 사건 가담자 중 한 명…"전투 임무 수행 중"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혔던 야권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를 암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남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조건으로 석방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타스·리아 노보스티 통신을 인용해 지난 2015년 넴초프 암살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던 타메를란 예스케르카노프가 지난 3월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전장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예스케르카노프는 넴초프 암살 사건의 공범으로 지난 2017년 러시아 법원에서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당시 러시아 법원은 넴초프를 살해한 혐의로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출신 피고인 5명에게 11∼20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타스 통신이 인용한 법률 집행 당국 관계자는 "예스케르카노프가 지난 3월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사면돼 교도소에서 풀려났다"라며 "그는 공격부대로 들어가서 현재 특별군사작전 지역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넴초프의 살해 혐의로 수감된 다른 죄수들은 러시아 국방부와의 계약을 거절했기 때문에 여전히 교도소에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였던 넴초프는 지난 2015년 모스크바 시내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는 생전 러시아 초대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 집권 시절 제1부총리를 지내고 푸틴 정권에서 야권의 반정부 운동을 이끌었다.
이번 넴초프 암살범의 석방에 대해 넴초프의 동료였던 야권 지도자 일리야 야신은 "죽은 동료의 기억에 대한 경멸"이라고 비판했다.
2011년 말 푸틴 대통령의 집권에 반대해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던 야신은 2022년 4월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징역 8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최근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으로 풀려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병력 부족을 겪자 자국 죄수들을 용병으로 뽑아 최전선에 투입해왔다.
죄수들을 전장에 투입하는 것은 작년 8월 사망한 용병그룹 바그너그룹의 대표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먼저 시작했는데, 그는 2022년 여름 우크라이나에서 6개월간 복무하면 사면하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전국 곳곳의 교정시설에서 죄수들을 모집했다.
6개월짜리 계약을 맺고 러시아 국방부의 지원을 받는 용병그룹에 합류한 죄수들의 수는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에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복역 중이던 흉악범들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후 죄수들을 사면해주고 전장에 투입하는 전략을 이어받아 죄수들로 구성된 스톰-Z 부대까지 창설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