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제노동' 제재에 中 신장위구르 면화 판로 직격탄"

입력 2024-08-11 13:19  

"美 '강제노동' 제재에 中 신장위구르 면화 판로 직격탄"
"보조금 지급·중앙亞 수출에도 美단속·내수 부족에 수요 침체"
홍콩 매체 보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면화 생산지로 유명한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 자치구 소재 기업들이 '위구르족 강제 노동'을 문제 삼은 미국의 무역 제재 이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한반도 넓이의 7배가 넘는 신장 자치구는 세계 면화 공급량의 5분의 1, 중국 자체 재고량의 90%를 각각 차지하는 면화 생산 중심지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정부와 언론이 2019년께부터 이 지역에서 약 100만명의 무슬림 소수민족이 당국에 의해 구금돼 강제 노동에 내몰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의혹을 부인했으나 미국은 지난 2022년 강제 노동의 산물로 의심되는 신장 제품이 미국 땅에 수입되지 못하게 하는 '위구르족 강제 노동 금지법'을 발효했다.
이 법은 신장 자치구에서 제조되는 상품을 강제 노동의 산물로 전제하는 '일응 추정'(반박해 증명하지 않으면 사실이라고 전제)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이 강제 노동이 없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강제 노동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또 완성품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신장 지역의 원료·반제품·노동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제품도 수입 금지 대상으로 규정했다.
위구르족 강제 노동 금지법은 중국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꼽혀온 신장 자치구에 한층 부담을 가중했다.
신장 자치구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강제 노동 논란이 한창이던 2021년 한 해 54.6% 감소했고, 미국 법률이 정식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신장 지역의 대미 수출 총액은 2020년 대비 92% 감소한 3억7천300만달러(약 5천억원)을 기록했다.
동부 장쑤성에서 수건을 생산해 수출해온 훙융청은 2020년부터 국제 호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인의 주문 감소만으로 사업 3분의 1을 잃었다"며 "우리는 심지어 신장 면화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에서 수입했는데도 그랬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신장 지역 면화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작년 10월 기준 업체 3천725곳이 신장 면화업 영업에 진출, 등록 기업 숫자는 2014년 대비 6배가량 늘었다. 당국 통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 내 다른 지역발 투자였다. 훙융청 또한 장쑤성 공장의 10배 규모에 달하는 '임차료 없는' 공장을 제안받고 신장 지역에 생산 라인을 열기로 했다.
이렇게 생산된 신장 면화 제품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최근 중국과 밀착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5개국으로 판로를 넓혔다. 올해 상반기 이들 5개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액은 총 1천476억위안(약 28조원)으로, 의류와 신발이 총수출액의 60.7%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對)중앙아시아 무역 확대만으론 수요 부족분을 모두 채우긴 힘든 상황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 섬유업체들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총 672억달러(약 9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특히 미국과 EU, 일본에 대한 수출은 각각 18.4%, 24.7%, 8.7%씩 줄었다. 미국 정부가 신장 지역 면화 제품 무역을 엄격하게 조사하면서 제재 대상 기업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있는 점도 중국 업체들로선 부담이다.
중국이 경제 회복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내수 침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6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작년 대비 2% 증가에 그쳐 코로나19 봉쇄 해제 후 가장 느린 성장세를 보였다.
SCMP는 미국 맥킨지의 지난달 조사 결과를 인용, 중국 소비자들이 재정 전망 불확실성에 직면할 경우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일 영역으로 의류를 꼽았다는 응답 결과를 소개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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