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누구보다 올림픽 폐막을 두려워할 것"
정파 갈등 속 미뤘던 총리 임명 '발등의 불'
(서울·파리=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송진원 특파원 = 2024 파리올림픽이 11일(현지시간)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 됐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한껏 고무된 마크롱 대통령은 축제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당장 총리 임명이라는 미뤄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상황을 두고 "마크롱 대통령이 올림픽 허니문이 끝나면서 악몽에 눈을 뜨고 있다"고 평했다.
WSJ은 "프랑스에서 아마도 국가 원수보다 올림픽 폐막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을 보낼 수 없다는 듯 프랑스의 영웅들을 끌어안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로 그가 처한 현실을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을 앞두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전격 결정해 프랑스를 정치적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다.
그 결과 하원 1당 자리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에 뺏기며 정부 운영권을 내어줄 위기에 놓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올림픽 개회식 직전인 지난달 23일 방송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새 정부를 구성하게 되면 혼란해질 수 있는 만큼 국가 운영의 안정을 위해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 기간을 '정치적 휴전'의 시간으로 만들자고도 정치권에 제안했다.
그는 야권의 반발과 하반기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올림픽이 끝난 후 가능한 한 빨리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다.
야권, 특히 지난 총선에서 의회 내 1당 자리를 차지한 NFP는 올림픽이 끝난 만큼 대통령이 하루빨리 자신들의 후보를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NFP 내 사회당 소속 아르튀르 드라포르트 하원 의원은 최근 BFM TV에 나와 "대통령은 우리 후보를 총리로 임명해야 할 것"이라며 "선거에서 이긴 NFP가 정부를 운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NFP는 정당 간 이견으로 총리 후보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3일 루시 카스테트 파리시 재정국장을 내세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같은 날 방송 인터뷰에서 "핵심은 정치 진영이 제시한 이름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어떤 정치 진영이 의회에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냐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NFP의 후보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여권을 중심으로 극우와 극좌 정당을 배제한 '공화 전선'이 구축되면 이 세력에 정부 구성을 맡기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리스카 테베노 정부 대변인 역시 이날 SUD 라디오에 나와 "이번 의회 선거에서 승자는 없었다"며 "정부가 안정적으로 일하려면 사회 민주주의 좌파에서 우파 공화당에까지 이르는 연합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내에서는 가급적 내주에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해 새 정부가 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9월 말까지 예산안을 확정해 10월 첫 번째 화요일까지 하원에 제출하려면 정부 구성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테베노 대변인은 총리 임명 시기에 대해선 "지금의 임시 정부가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립정부가 며칠 만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확답을 피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도 르몽드에 "대통령이 올림픽 내내 레옹 마르샹(수영 4관왕)이나 테디 리네르(프랑스 유도 영웅) 옆에 서 있던 것은 그가 (총리 임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 기간 승마, 비치 발리볼, 유도, 수영 경기장 등을 찾아 자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내달 14일엔 올림픽·패럴림픽 선수단을 초대해 샹젤리제에서 축하 행진도 벌인다.
프랑스 안팎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올림픽 성과를 내세워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고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우호 여론을 조성해 공화 전선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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