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선물 연중 최고치…"교전 중 손상 우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시설이 있는 접경지역 러시아 본토를 일부 장악하면서 유럽행 천연가스 수송로가 또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교전 중인 러시아 쿠르스크주 수드자는 우렌고이-포마리-우즈고로드 가스관(이하 우렌고이 가스관)의 마지막 계측소가 있는 지역이다.
시베리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가 이 가스관을 거쳐 주로 슬로바키아·헝가리·오스트리아로 수출된다. 지난해 이 가스관으로 공급된 천연가스는 146억5천만㎥로 러시아의 유럽 수출량 절반에 해당한다.
유럽은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하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2022년 9월 폭파되면서 한동안 에너지 대란을 겪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폭발로 끊긴 이후 러시아와 유럽 사이 가스 수송로는 우렌고이 가스관과 흑해를 지나는 튀르크 가스관 2곳이 남았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12월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5년 계약을 맺고 자국을 거치는 우렌고이 가스관 운용을 허용했다.
이 계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유지돼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으로 계속 날라왔다. 러시아는 재계약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우크라이나가 올 연말 끝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대란을 겪으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미국과 노르웨이의 유럽 가스시장 점유율이 급등하긴 했으나 러시아와 거래가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
알렉산다르 불린 세르비아 부총리는 전날 스푸트니크통신에 "유럽의 에너지 다변화 논의는 러시아와 다른 나라에서 가스가 공급된다는 전제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9월물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이날 연중 최고치인 ㎿h당 42.86유로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기습한 지난 6일에 비해 20% 가까이 높다.
우크라이나가 당장 가스관을 끊을 조짐은 감지되지 않았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수송을 막고 싶었다면 진작 했을 것"이라면서도 "교전으로 가스관이 손상되면 동유럽으로 가스 수송이 갑자기 끊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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