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이 3년여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격용 무기 판매를 재개키로 한 것은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선 사우디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무기수출 재개와 관련, "전략적 동반자인 사우디와의 관계 증진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기 수출은 미국 방산업계의 주요 수입원일 뿐 아니라 미국이 외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렛대다.
석유 수출로 재원이 풍족한 사우디는 미국 방산업계의 큰 고객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21년 사우디에 방어용 무기만 판매하고, 공격용 무기 수출은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당시 미국은 사우디가 주도한 아랍 동맹군이 예멘 후티 반군을 폭격하는 과정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다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2022년 유엔의 중재로 성사된 휴전 협정 이후 사우디는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지만, 미국은 후티 반군이 홍해를 위협하자 작년 말 다국적 함대를 구성하고 예멘 내 시설을 폭격해 왔다.
더 이상 예멘에 대한 폭격을 이유로 사우디에 공격용 무기 수출을 금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파텔 수석 부대변인은 "사우디는 휴전 협정 타결 이후 예멘을 한 번도 폭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의 안보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우디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무기 수출 재개 결정의 실질적인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했을 때도 사우디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 국가들의 협력에 힘입어 99%를 격추할 수 있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일인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말 자국에서 암살된 사건 이후 다시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의 보복을 공언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란이 보복 폭격을 감행할 경우 사우디가 다시 미국에 협력해야 이스라엘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수년간 추진해온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외교관계 정상화도 무기 수출 재개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동 지역의 맹주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할 경우 이 지역의 긴장 완화에 궁극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와의 대가로 미국의 방위 공약과 함께 민간 분야 원자력 개발 허용,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출범 등 난이도가 높은 요구조건을 내건 상태다.
중재를 맡은 미국 입장에서는 무기수출 재개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요구부터 수용하면서 사우디를 설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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