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착수…횡령·정치자금 위반 확인 땐 정계 개편 가능성도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대만 정계의 캐스팅보트로 우뚝 섰던 커원저(65) 민중당 주석이 정치자금 수렁에 빠지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고 대만 자유시보와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들이 13일 보도했다.
지난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선거 당시 받은 정치 헌금 및 지출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이 증폭되면서 대만 타이베이 지방검찰청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커 주석과 민중당은 의혹만으로도 이미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은 모양새다.
선거를 앞두고 커 후보의 선거 유세를 맡았던 업체 2곳이 홍보비 916만대만달러(약 3억8천만원)를 받지 못했는데도, 그 돈과 관련해 세금 신고가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를 두고 민중당의 돤무정 회계사는 결백을 주장하고 커 주석도 누구의 호주머니로도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가운데 민중당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라면서 관련 자료를 조속히 수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당 등에서 커 주석과 돤 회계사를 상대로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배임 혐의, 횡령·문서위조·자금세탁 방지법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집권 민주 진보당(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은 단순 회계 오류가 아닌 범죄 행위로 보고 엄정한 수사를 주문하고 있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이미 커 주석과 민중당의 세력 약화를 통한 상대적 입지 강화를 노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참에 민중당의 기세를 꺾겠다는 의지를 비친다.
국립대만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의사 출신 정치인인 커 주석은 2014년 타이베이 시장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당시 여당인 국민당 롄성원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한 데 이어 2018년 연임에도 성공하는 등 민진당과 국민당의 거대 여야 구도를 깰 인물로 부각돼왔다.
직설적 발언으로 인기를 얻은 커 주석은 지난 1월 선거에선 민진당과 국민당이 대립하는 대만 독립 또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이슈 대신 민생 경제를 쟁점 삼아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냈고, 차기 총통 감으로 거론돼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로 커 주석과 민중당이 큰 타격을 입게 되면 대만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중당은 커 주석이 8년간 타이베이 시장 재임 시절 과학단지 건설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에 불거진 정치자금 횡령 또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동요하는 기색을 비친다. 여기에 지난달 민중당 소속 북부 신주시장이 부패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점도 민중당의 이미지에 상처를 냈다.
jinbi100@yna.co.kr,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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