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들어간 우크라…"참호 등 방어선 구축중"
"값비싼 대가 치를 수도…'피로스의 승리' 경계해야"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다리노 마을.
우크라이나군 병사 한 명이 동료 군인의 등을 밟고 올라서서 건물에 게양된 러시아 국기를 빼내 바닥에 집어 던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내에서 공식적으로 공개한 첫 번째 영상"이라면서 우크라이나군 지휘부가 "자신들의 대담한 (러시아 진격) 계획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쿠르스크주의 또 다른 지역에선 한 병사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2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이달 6일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를 기습, 일주일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까지 쿠르스크주의 1천㎢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본토를 뚫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예상외의 전과를 거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진격 작전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병사들과 국민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군사학 담당 매슈 사빌은 한동안 우크라이나 국민의 시각이 어두웠다면서 하지만 "이번 공격은 그들이 러시아를 기습하는 작전을 여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서방에 무기를 더 지원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깊숙이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서방에 호소했다.
독일은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도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 지원을 거부해왔다.
미국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을 앞으로도 계속 받을지, 아니면 평화 협정을 강요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RUSI의 사빌은 "그(젤렌스키 대통령)가 유럽과 미국에 '우리는 승자다, 우리를 지원해달라. 우리에게 X(추가) 무기만 있다면 이런 종류의 공격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러시아와 협상을 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점령한 러시아 영토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와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기습 공격한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참호를 구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번에 장악한 러시아 영토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위크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장기 작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증원을 서두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영토에서 버틸 경우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에 주재한 영국의 전 국방무관 존 포먼은 "그들이 그것(장악한 러시아 땅)을 고수하려 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그들이 계속 타격을 입고 '피로스의 승리'(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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