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평가되는 채권시장에는 투자금 몰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심상찮다.
경제가 잘 돌아가면 원자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요즘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건 경기침체 우려가 괜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금속원자재 상품을 담고 있는 인베스코 DB 베이스 메탈 펀드 가격은 지난 7월에 7% 이상 하락했다고 CNBC 방송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원유 선물 가격도 7월 5일부터 8월 5일까지 한달 사이에 14% 하락했다.
지난주 미국 주식 시장이 큰 출렁임 끝에 반등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가라앉는 모양새지만 원자재 가격 추이로 보면 글로벌 경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울프 리서치의 로브 긴스버그 상무는 지난주 고객보고서에서 "원자재 측면에서 보면 전체 항목이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금을 제외하면 긍정적인 전망을 찾기 어려운데, 이런 원자재 가격의 광범위한 하락은 경제 상황에 대한 또 다른 경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리 가격 하락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리는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재생에너지 등 성장 산업에 꼭 투입되는 금속으로, 올해 초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구리 선물은 지난 5월 20일 파운드당 5.19달러로 최고가를 찍었다가 이후 21.4% 하락해 12일 오전 4.0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 12%가량 하락했다.
TD 증권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 바트 멜렉은 구리 수요를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신호로 평가했다.
그는 "전기차에 많이 들어가는 구리가 슈퍼 사이클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런 얘기는 매우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제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2위 대국인 중국 경제의 약세가 특히 구리와 석유 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멜렉은 "중국 정부가 경제를 살릴 확실한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면서 "에너지와 비금속, 구리 등 원자재 수요는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공포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글로벌 투자자금도 주식시장에서 벗어나 채권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EPFR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 국채 및 회사채 시장에 660억 달러 이상이 순유입됐다.
7월에만 574억 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1월 이후 월간 유입액으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8월에도 89억 달러가 몰렸다.
높은 등급 회사채 펀드는 10주 연속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4년 만에 가장 긴 유입 행진이다.
PGIM 채권의 로버트 팁 글로벌 채권팀장은 "경기침체와 같은 하방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산을 보호할 최선의 상품은 미국 국채"라고 말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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