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정당 발의, 친EU 정당도 찬성…러·헝가리도 유사법안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 최고 인권 기구인 유럽평의회가 불가리아의 이른바 '성소수자 선전 금지법' 철회를 촉구했다고 13일(현지시간) EU 전문매체 유락티브가 보도했다.
마이클 오플래허티 유럽평의회 인권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소위 학교에서 LGBTI(성소수자) '선전'(propaganda)을 금지하는 법안이 최근 불가리아 의회에서 가결된 데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LGBTI에 대한 차별과 적대적인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불가리아 의회는 '교육 체계에서 전통적이지 않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관한 사상이나 견해를 직·간접적 선전·홍보·조장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교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불가리아 친러시아 성향 극우 정당인 부흥당이 발의한 것으로, 앞서 러시아와 헝가리에서도 유사 법안이 채택됐다.
인권단체들은 아동을 포함한 성소수자를 차별하며 불가리아가 속한 유럽연합(EU)이 추구하는 차별금지·평등 가치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해왔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개정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의회에서는 친EU 성향이자 제1당인 유럽발전시민당(GERB)를 비롯해 사회당(BSP) 등 다른 정당들까지 지지하면서 전체 240명 가운데 15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 정당이 극우 정당 발의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불가리아는 지난 6월 총선에서 1위(68석)를 차지한 GERB가 새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오는 10월께 조기총선을 치를 전망이다. 동성애 혐오 사상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불가리아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라고 매체는 짚었다.
특히 다가오는 선거는 3년 6개월 사이 불가리아에서 실시되는 7번째 총선으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평의회는 1949년 민주주의 증진, 인권·법치주의 보호를 목표로 설립된 유럽 인권 기구로 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한 46개 국가가 속해 있다. 평의회 모든 회원국은 1950년 채택된 유럽인권협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으며 협약 위반 시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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