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청문회서 "탄핵 사유 안 돼"…'고문'·'동물농장' 언급하며 대립각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 출석,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과 관련한 야당 비판에 "방문진의 경우 이달 12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사 선임은) 우리가 부여받은 임무 중 하나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선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더불어민주당에서 7월 30일 이전에 수차례에 걸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할 경우 즉시 탄핵하겠다고 했다"고 취임 직후 의결한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MBC에서 30여 년 근무한 만큼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의 대부분은 거의 알고 있었다면서, 그러한 부분이 심의하기에 좀 용이하지 않았냐는 여당의 지원사격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자세한 선임 의결 과정을 묻는 말에는 "188명이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했고 186명이 찬성해 직무가 중단된 상태이다. 헌법재판소가 심판 중이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해 말씀드리는 건 마땅하지 않다"며 답하지 않았다.
이어 "탄핵 심판이 끝나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위원회를 열어 답변드릴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과 마찬가지로 야당과 또렷하게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이 대부분 답변하지 않자 "여기 왜 나왔느냐"고 비판했고, 이에 이 위원장은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다. 여기서 느끼는 게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은 더 평등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고 맞받았다.
또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윗선의 오더(명령)'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야당 주장에도 "면책특권을 갖고 계셔서 드릴 말씀은 없지만 어디서 오더를 받았다는 것은 증인이지만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또 "지난 청문회를 봤는데, 사무처장을 포함해 과장들까지 불려 나와서 본인이 답변할 수 없는 사안들에 대해 답변하라고 한다. 비유하면 고문받듯이 하는 것"이라고 해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편, 김 직무대행 역시 오후에도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김 직무대행은 오전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방송장악이라는 야당 주장은 오히려 야영 방송 수호를 위한 국정 장악이라 답변한 데 대해 야당이 비판하자 "균형감을 좀 가지자고 드린 말씀이다. 방송장악이라는 주장에 대구를 맞춘 것"이라고 했다.
또 야당이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들어 고발을 의결하자 "증언을 거부한 적도 없는데 거부한다며 고발을 의결해놓고 계속 증언을 하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퇴할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잘 수습하겠다. 필요하면 고민하겠다"고 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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