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아 엠폭스에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태세를 선언할지를 논의했다.
WHO는 14일(현지시간) 국제 보건규약 긴급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위원회는 특정 질병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사무총장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PHEIC이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 나온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등장한 엠폭스 바이러스 '하위 계통(Clade) 1b'가 급속히 확산하고 인접 국가에서도 이 계통의 발병 사례가 나온 점이 회의를 소집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특정 계통만 다루려는 건 아니지만 하위 계통 1b 발병 사례가 지난 한 달간 부룬디와 케냐, 르완다, 우간다 등에서 90건 정도 보고된 점, 이전엔 이들 국가에 엠폭스 발병이 없던 점 등은 주목할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역사회, 다른 파트너들과 긴밀히 질병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번 회의에서 엠폭스가 PHEIC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오면 기존과 다른 지침과 권고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급위원회는 엠폭스 확산 규모와 속도, 주요 발병지의 의료 대응 역량 및 질병 통제 수준 등을 두루 고려해 PHEIC 선언이 필요한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이날 회의 결과를 토대로 통상 수일 내에 PHEIC 선언 여부를 결정한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2022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다. 이 병에 걸리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유럽과 미주 등지로 번졌던 엠폭스는 2022년 하반기부터 확산이 둔화했다. 이에 따라 WHO는 PHEIC 선언 10개월 만인 작년 5월 해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하위 계통의 엠폭스가 아프리카에서 작년 9월부터 확산 조짐을 보였다. 가장 확산이 빠른 곳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올해에만 확진 사례 1만4천479건, 사망 455명 등이 나왔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가운데 최소 16개국에서 엠폭스가 발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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