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본토 공격한 우크라…美, 자국 무기 허용범위 딜레마

입력 2024-08-16 11:01   수정 2024-08-16 18:25

러 본토 공격한 우크라…美, 자국 무기 허용범위 딜레마
'방어 목적'으로 제공된 무기, 러 깊숙이 진격시 확전 우려
우크라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재즘' 제공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우크라이나가 허를 찌르는 기습 공격을 감행한 뒤 러시아 본토에서 진격을 거듭하면서 무기를 지원하는 미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가 방어 목적에 한해서만 자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진격을 거듭할수록 방어 목적으로만 제한해온 미국의 무기 정책이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한 것이 방어적인 목적으로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하는 데 적합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기술적으로는 미국이 제시한 무기 사용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도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영토 점령에는 관심이 없고, 국경 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완충지대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의 목표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조건을 밝히지 않고 러시아로 진격해갈수록 미국의 무기 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의 마을 등 비군사적 목표물을 점령하기 시작하면 방어에만 제한된 무기 정책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미국의 무기 정책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침략에 맞서 방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분명하고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임박한 위협이 없는 한 우크라이나 밖으로의 공격을 장려하지 않고 허용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 이상의 군사 장비를 지원하면서도 사용에 제한을 둬온 것은 러시아와의 광범위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의 대응을 불러일으켜 자칫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러시아도 미국 무기를 활용한 공격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기자들에게 "쿠르스크나 우크라이나 등에서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확전 행위이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안스키 차석대사는 특히 "미국은 러시아가 이런 행위에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둔감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행위에 대해 제지에 나서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JASSM·재즘)을 제공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현재 미사일 제공을 위한 민감한 기술 이전을 포함한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도 우크라이나와 기술적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해 2000년대 초반 처음 실전에 사용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에는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은 지난 몇 달간 미국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제공을 거듭 요청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이달 서방으로부터 F-16 전투기도 지원받은 만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까지 더한다면 전투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종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미국 국방부 제프 위르겐센 대변인도 "우크라이나의 안보 지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공식적인 확인은 거부했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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