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측 "방글라 시위로 650명 사망"…"군경, 무차별 무력 사용한 듯"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반정부 시위대에 밀려 총리가 인도로 달아난 방글라데시의 혼란을 수습 중인 과도정부는 힌두교 등 소수 종교 신도를 보호하겠다고 인도 측에 약속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도정부 수반인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 고문(총리격)은 전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방글라데시 내 힌두교도가 공격받는다는 보도들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모디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같은 통화 사실을 알리면서 "(자신은)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방글라데시에 대한 지지를 거듭 표명했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80%가량이 힌두교도인 인도는 전체 인구의 90% 정도가 무슬림인 방글라데시와 강한 문화적, 경제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힌두 민족주의 성향인 모디 정부는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지난 5일 인도로 도피한 이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하는 힌두교도 공격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하시나 전 총리의 사퇴 및 도피는 지난 6월 법원의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할당제 부활 결정으로 촉발된 대학생 시위 격화로 유혈 충돌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방글라데시 내 힌두교도는 전체 인구의 8%(1천300만여명)가량으로, 하시나 전 총리가 이끄는 세속주의 정당 아와미연맹(AL)을 지지해왔다.
하시나 전 총리의 도피 후 방글라데시에선 힌두교도가 공격을 받아왔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 교사 1명이 숨지고 적어도 45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또 방글라데시 힌두교도 수백명은 자국을 떠나 인도로 탈출하려고 인도 국경에 몰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방글라데시 시위사태와 관련한 사망자가 약 65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4일까지 약 400명이 숨지고, 지난 5일과 6일 양일간 250명가량 사망했다.
OHCHR은 사망자들에는 시위 참가 대학생, 행인, 언론인, 경찰관 등이 포함됐다면서 최소 4명의 언론인과 어린이 32명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또 사망자 파악에 여러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면서 부상자는 수천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OHCHR는 특히 군경이 시위대를 상대로 무차별적 무력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고무탄과 섬광탄, 실탄 장전 화기를 사용한 것은 물론 시위대에 발사하기 위해 헬기도 동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시위를 이끈 대학생 운동단체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과도정부 고문(장관격)으로 입각한 나히드 이슬람은 대학생 운동단체가 개혁을 위해 창당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당장은 창당할 계획이 없다고 전날 밝혔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이슬람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우리는 시위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며 새 나라 건설과 제도 개혁을 위해 과도정부와 함께 일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로이터는 대학생들이 창당을 검토 중이며 한달 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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