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테가 정부하에서 6년간 5천여개 단체 문 닫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니카라과 정부가 시민사회 비정부기구(NGO) 1천500곳을 한꺼번에 해산시켰다. 하루 새 이 정도 규모로 NGO 폐쇄 조처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니카라과 내무부는 19일(현지시간) 온라인 관보를 통해 "규정에 어긋나 운영 허가를 취소한 단체들"이라며 1천500개 NGO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 단체명을 보면 대부분 종교와 관련된 목적으로 설립됐던 것으로 보인다. 동물 보호나 어린이 구호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단체도 껴 있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도 "이번에 폐쇄된 시민사회단체는 가톨릭을 비롯한 교계에서 사회사업을 위해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곳이 많다"며 하루 동안 1천500곳의 NGO가 폐쇄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폐쇄되는 단체들의 자산을 국가에 몰수하는 내용도 이번 조처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관보에 따르면 니카라과 내무부는 1천500곳의 NGO가 "회계연도 기준 1∼35년 동안 기부금을 포함한 상세한 재정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정보 공개 의무를 포함한 새 규정은 불과 나흘 전에 나왔다고 라프렌사는 지적했다.
라프렌사는 이번을 포함해 6년간 5천100여곳의 NGO가 니카라과에서 해산됐다고 전했다.
과거 니카라과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니카라과에는 7천여개의 NGO가 활동했다.
장기 집권 중인 다니엘 오르테가(78)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반(反)정부 시위와 2021년 대선 등을 전후로 사회단체에 대한 당국의 예속 조처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 시위자들의 치료와 은신 등을 도운 종교계는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다. 가톨릭 주교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은 대거 구금하거나 외국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오르테가 정부는 이와 함께 야권 인사들을 수감하거나 언론을 탄압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1985∼1990년 한 차례 정권을 잡았던 오르테가 대통령은 2007년 재선 뒤 개헌을 통해 연임 제한을 없애고 계속해서 직을 유지하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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