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이자 전통적 민주당 텃밭…경합주 미시간·위스콘신과 인접
해리스 '대관식'으로 스포트라이트…이민자·범죄는 두통거리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미국 진보 진영의 '아성' 시카고가 19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민주당 전당대회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정식이 될 나흘간의 전당대회 기간 시카고에는 민주당 대의원 5천여명, 자원봉사자 1만2천여명 등 5만여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치계의 할리우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시카고가 조명받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미국 3대 도시' 시카고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지리적으로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주로 꼽히는 미시간주, 위스콘신주와 인접해 있기도 하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일리노이주 초선 연방상원의원이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시카고 남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전당대회 둘째 날인 20일 행사에 참석해 열기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 헌정 사상 오바마를 잇는 두번째 흑인 대통령이자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이 된다.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주일 대사도 시카고를 대표하는 민주당 정치인이다. 이매뉴얼 대사는 2011∼2019년 시카고 시장을 지냈다. 약 22년간 시카고 시장을 역임한 리처드 데일리(1989∼2011년 재임)도 시카고의 유력 민주당 정치인으로 꼽힌다.
마리아 하든 시카고 시의원은 가디언에 "시카고는 정치계의 할리우드"라면서 시카고 정치 역사에는 약간의 악명과 화려함, 권력, 부패 등 흥미로운 요소가 모두 있다고 했다.
일인자(보스)를 중심으로 특정 정치 세력이 지역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이른바 '정치 머신'(political machine)도 오랫동안 시카고 정치의 특징으로 꼽혀왔다.
가디언은 "시카고가 수십년 동안 '민주당 머신'(Democratic machine)에 의해 장악된 이후 정치를 새롭게 변모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시카고 시의원을 지낸 딕 심슨 일리노이대 명예교수는 1983년 시카고 최초의 흑인 시장인 해럴드 워싱턴의 당선을 시작으로 시카고를 장악해온 '정치 머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변호사 출신인 워싱턴 전 시장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롤모델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심슨 명예교수는 "오바마의 부상은 시카고 (정치) 머신의 산물이 아니라 개혁가로서 워싱턴(시카고 전 시장)의 매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시카고에선 민주당이 온건 실용주의파와 진보적 개혁파로 나뉘어 있다면서 개혁파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른 이민자 문제는 시카고에 도전이 되고 있다.
가디언은 시카고가 남부 주에서 보낸 이민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해온 공화당 소속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텍사스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들을 버스에 태워 시카고로 계속 보내겠다고 지난달 공언했다.
고질적인 범죄 문제도 시카고의 여전한 두통거리다.
시카고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폭력이 줄어들었지만, 올해 현재까지 살인율이 10만명당 약 21명으로, 미국 전국 평균보다 약 4배나 높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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