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스캔들 '충격파'에 개혁성 부각 경쟁…40대 고바야시·고이즈미 주목
여성도 다카이치·가미카와·노다 3명 거론…"실제 입후보자는 6∼7명" 관측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경수현 특파원 = 내달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40대, 개혁, 여성'이 핵심 관전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비자금 스캔들'로 당이 최대 위기를 맞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가운데 15년 만에 40대 의원이 출마하면서 '세대 교체' 바람을 노리는가 하면 입후보 가능성이 점쳐지는 여성 의원도 3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2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입후보 의지를 보인 의원만 11명에 이를 정도로 초반 난립 양상이다.
이 중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처음으로 출마 의사를 공식 표명한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자신이 49세, 중의원(하원) 4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40대 의원이 입후보하는 것은 2009년 총재 선거 당시 모두 46세였던 고노 다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이후 15년 만이 된다"고 전했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자민당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며 파벌과 비자금으로 얼룩진 자민당을 개혁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자신이 몸담았던 '니카이파' 등 파벌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개혁'에 방점을 둔 행보다.
역시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도 40대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아들로 대중적 인기도 높은 편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최근 당 중진들에게 "선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이날 전했다.
특정 파벌에 소속하지 않고 활동해 온 그는 역시 무파벌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도 가까운 사이여서 공식 출마 선언에서 '40대·개혁성'을 앞세운다면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40대 기수'라 할 수 있는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 외에 다른 후보들도 자민당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며 세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1위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이달 초순 발간한 책 '보수 정치가 나의 정책, 나의 천명(天命)'에서 정치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돈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를 위해 국회의원 사무소와 직원 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이 주도해 온 일본 정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등 여성 의원 3명이 총재 선거 출마에 의욕을 보인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정기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온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2021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지원을 받았고 최근에도 보수 성향 의원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총재 선거 출마를 모색해 왔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인지도를 크게 높였고 노다 전 총무상은 2021년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경험이 있다.
현지 언론은 이들에 대해 '일본 첫 여성 총리를 노리고 있다'며 언행을 주목하고 있다.
한편,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총재 선거 국회의원 투표일을 내달 27일로 확정했다.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추천인 20명이 필요해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선거에서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비롯해 고이즈미 전 환경상, 고노 다로 디지털상,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등 4명은 추천인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1명이 모두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입후보자가 최대 6∼7명이 될 것"이라는 각료 경험자 견해를 전했다.
2000년대 이후 치러진 자민당 선거에서는 2008년과 2012년에 입후보자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시다 총리가 당선된 2021년 선거 당시에는 4명이 후보로 나섰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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