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 2분기 가계 빚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1천896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보다 13조8천억원이 늘어나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가 처음 공표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까지 계속 늘다가 올해 1분기 들어서는 깜짝 3조1천억원이 줄었으나 불과 한 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계신용 중 순수한 가계 대출은 1천780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13조5천억원이 증가했는데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16조원이나 급증했다. 신용 대출 등 기타 대출은 2조5천억원이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커졌고, 반대로 신용 대출 감소 폭은 줄었기 때문"에 가계 빚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실제 전국 주택 거래량은 작년 4분기 13만1천호에서 올 1분기 13만9천호로 소폭 증가했다가 2분기에는 17만1천호까지 급증했다.
더 문제는 3분기 들어서도 가계 부채 급증세가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7월 한 달간 은행권 가계 대출은 5조5천억원이 늘어나 넉 달 연속 5조∼6조원 규모의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보름도 안 돼 4조1천795억원(14일 기준)이 늘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부랴부랴 가계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시중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높이도록 하고, 주택 관련 정책대출 금리도 올렸다. 그러나 서울 등지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 불안해하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매수) 심리는 쉽게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당국은 황급히 대출한도 규제를 강화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9월부터 시행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만 당초 계획한 0.75%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때 향후 예상되는 금리 상승을 미리 가산금리 형태로 반영해 대출한도를 줄이는 규제로 올 초부터 1단계가 시행됐다.
정부는 2단계 DSR 규제를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두고 돌연 9월로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자영업자 등의 자금난 완화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연기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그것이 되레 가계 대출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빚을 최대한 받아두자는 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1년 후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 전망이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도 금리 인하를 사실상 피할 수 없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래저래 부동산 불안 요인이 적잖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라는 근본적인 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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