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관세율 38.1→37.6→36.3%p 하향…임시관세도 사실상 '없던 일'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폭탄' 계획과 관련해 일단은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EU 집행위원회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확정관세 결정 초안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율은 17.0∼36.3%포인트(p)로 가닥을 잡았다.
6월에 예고한 최고 추가 관세율 38.1%p를 지난달 37.6%p로 0.5%p 낮춘 이후 이날 다시 소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런 계획이 확정되면 기존 일반 관세 10%에 더해 최종 관세율은 27.0∼46.3%가 된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는 EU가 연거푸 추가 관세율을 일부 내린 것을 두고 중국과 고조된 무역마찰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집행위의 이날 발표에서도 이전에 비해 한층 '누그러진' 기조가 감지된다.
집행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확정관세 초안 내용을 설명하면서 "중국 측과 아직 협상 중"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종 관세율이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이어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의 (확정관세율) 사전 공개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절차 중 하나"라며 "최종 정치적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관세율 인상이 순수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중국과 결부된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타협의 공간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질 대변인은 또 "EU는 중국 정부와 효과적이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에 합치하는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열린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WTO에 합치되면서 불법(illegal) 보조금 이슈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건 중국의 몫"이라고 답했다.
EU는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된 임시 성격의 잠정관세 부과도 사실상 '없던 일'로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소급 적용에 관한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EU의 고율관세 방침에 반발해 본격적 대응에 나선 것이 일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작년 10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저가 중국산 전기차가 EU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면서 반보조금 조사 개시를 깜짝 발표한 이후 계기마다 이 문제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또 EU산 브랜디와 돼지고기 수출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 사실상 보복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중국 상무부는 이달 들어 EU의 전기차 관세 부과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EU를 제소했다.
동시에 주력 산업인 자동차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독일에 접근해 관세 인하를 제안하는 등 EU의 결속을 흔드는 '회유책'도 동시에 구사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은 (상계관세 부과에) 강력히 반대하며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EU가 이성적이고 실용적 태도로 중국 측과 협력함으로써 무역마찰 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조처를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날 공개된 확정관세 초안은 27개국 투표를 거쳐 10월 30일 전까지 관보 게재될 예정이며 이후 5년간 시행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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