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대체후보' 여론에도 나서지 않고 '해리스 대통령 만들기' 전사로
"해리스-월즈 외에 다른 선택 없다"…카리스마 넘치는 연설에 청중 열광
트럼프 겨냥 "협량은 답이 아니다…대통령답지도 않아" 자질 맹공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20일(현지시간) 미국에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자"(Do something)고 호소했다.
오바마 여사는 이날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2일차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부통령 후보)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여사는 지난 5월 작고한 모친에 대한 상실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하면서 모친이 "열심히 일하는 것의 의미와 겸손, 품격을 보여준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인도 출신 이주자였던 해리스 부통령의 모친과 자신의 모친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자랐지만 이 나라의 약속 안에서 같은 믿음을 공유했다"고 강조하면서 "카멀라 해리스와 나는 동일한 기본 가치 위에 우리 삶을 일구어 왔다"고 말했다.
오바마 여사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대통령직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 중 가장 자격을 잘 갖춘 사람 중 한 명"이라며 "보이지 않는 헌신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을 (양당 대통령 후보 중) 카멀라만이 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카멀라와 팀은 훌륭한 삶을 살았다"며 "그들이 공감 능력과 포용력, 품위로 (미국인들을) 이끌어 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마음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일어나야 할 때"라며 "우리의 기본적 권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품격과 인간성, 기본적 존중과 위엄, 공감 등 이 나라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가치들을 위해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선 캠프에서 당신에게 지원을 호소하러 다가오지 않았다고 불평할 시간이 없다"며 "무엇이라도 하라"(Do Something)고 당원들에게 부탁했다.
이에 대의원들과 참석자들도 "두 썸싱"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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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여사는 동시에 해리스 부통령과 맞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해가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도널드 트럼프는 사람들이 우리를 두려워하도록 하기 위해 권력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좁은 세계관"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가 그에게 그가 지금 추구하는 일자리(대통령직)가 그 '흑인 일자리'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말해줄 것인가"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 토론 때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흑인 일자리와 히스패닉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말하면서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표현인 '흑인 일자리'를 재활용해 '강펀치'를 날린 격이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건강보험 혜택을 감축하고 여성의 자기 몸 통제 권리(낙태 권리를 의미) 및 불임시술 권리를 빼앗아 가려 하고, 교육부를 폐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의 정책과 발언들은 "우리를 작아지게(go small) 만들 뿐"이며 "작아지는 것(협량함)은 결코 답이 아니다. 작아지는 것은 찌질함이고, 건전하지 않고, 솔직히 말해 대통령답지 않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이런 퇴행적인 리더십을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나"라며 "그렇게 하는 것은 단지 우리 정치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값싸게 만들 뿐이며, 선하고 큰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낙심함으로써 그들이 미국인 전체를 위해 관여하지 못하게끔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여사는 11월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 나라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더 높이 나가자(go higher)"며 "늘 우리가 과거에 간 것보다 더 높이 가자"고 역설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맞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연설을 하면서 했던 "그들이 저급하게 나와도 우리는 높게(품위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의 후속편과 같은 표현이었다.
오바마 여사는 2017년 1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백악관을 떠난 이후로도 남편과 더불어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큰 인기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도 약 20분간의 카리스마와 열정 넘치는 연설로 좌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TV토론에서 건강 및 인지력 저하 논란을 증폭시킨 뒤 민주당에서 '선수 교체론'이 제기됐을 때 각종 양자대결 가상조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앞선 인물도 그였다.
그러나 그는 나서지 않았고,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대열에 합류했다.
오바마 여사는 뒤이어 연단에 오르는 남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소개한 뒤 연설을 마쳤다.
한편 2016년 클린턴 후보 지지 연설 때 푸른색 원피스를 입었던 오바마 여사는 이날, 짙은 색의 바지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섰다.
자신이 지지했던 또 다른 여성 후보(클린턴)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하는 것을 지켜봤던 그가 이번에는 연설 톤과 패션 양면에서 8년 전에 비해 한결 '전투적'으로 변한 듯한 모습이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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