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폴란드인 800명 고용해 차별…"괴로운 진실 일찍 직시 못해 후회"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의 유명 비스킷 제조업체가 나치 시절 폴란드·우크라이나인 노동자 강제동원에 대해 사죄했다.
제과업체 발젠의 창업주 가족은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우리 가족과 당시 관련자들은 나치 시대 시스템을 이용했다. 주된 동기는 회사를 계속 운영하는 것이었고 이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회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가족으로서 당연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지 않았다"며 "회사에서 일한 사람들에 대한 불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또 괴로운 진실을 더 일찍 직시하지 못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발젠은 독일 출신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1646∼1716)의 이름을 딴 비스킷 '라이프니츠'로 유명한 가족회사다.
1889년 헤르만 발젠이 설립한 이 업체는 나치 시절 독일군에 비상식량을 납품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당시 나치에 강제동원된 폴란드·우크라이나 출신 노동자 200여명을 공장에 투입한 사실은 진작 알려졌다.
발젠 가족이 이제야 사과하는 이유는 회사의 어두운 과거를 기록한 책 '발젠 가문의 역사'가 이날 출간돼서다.
책에는 강제동원된 노동자가 알려진 것보다 많은 800여명으로 나와 있다. 노동자를 막사에 수용해 외부와 차단하고 독일인과 접촉을 금지하는가 하면 폴란드 출신 노동자 작업복에 'P'라는 표식을 새겨넣는 등 차별행위가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헤르만 발젠의 증손녀 페레나 발젠(31)은 2019년 강제동원에 대해 "내 시대 이전의 일이고 강제동원 노동자에게 독일인과 똑같이 (임금을) 지불했다. 우리는 그들을 잘 대우했다"고 반박한 적 있다.
이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자 발젠 가족은 역사학자 2명에게 회사 과거사를 책으로 써달라고 의뢰했다. 가족은 이날 성명에서 "조사 결과에 침묵하지 않고 회사 내외부에 추모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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