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가계부채에 강한 우려…안정돼야 금리 낮출 듯

입력 2024-08-22 14:38  

한은, 집값·가계부채에 강한 우려…안정돼야 금리 낮출 듯
주택공급대책·2단계 스트레스DSR 효과 나타나야 가능성
9·10월 관련 지표 나쁘면 11월 이후로…경기에는 자신감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내수는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에 동결을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자신을 포함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기준금리 동결(3.50%)을 결정한 주요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민간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은 금리 인하 시점이 좀 더 늦춰지더라도 이후 어느 정도 해결할 자신이 있지만, 최근 뛰는 집값과 가계대출은 당장 막아야 할 시급한 과제인 만큼 금리를 묶고 통화 긴축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결국 앞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나 폭은 전적으로 부동산·금융 시장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현재 10월 인하설이 유력하지만, 두 달 안에 집값·가계대출 급등세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으면 피벗(통화정책 전환)은 11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이 총재 "부동산에 돈 몰리는 고리 끊을 때가 됐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부동산과 가계부채 현황을 우려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서울 등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가 될 수 없다"면서도 "한국경제 전체로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소득과 비교해 너무 오르면 버블(거품)이 꺼지는 걱정뿐 아니라 자원배분 측면에서도 부동산에 대출 등으로 돈이 몰렸다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는 이런 고리를 끊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실제로 수도권 주택 가격이나 가계대출 관련 지표들은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전에 이미 최근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주택 거래가 늘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금리까지 떨어지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가 약 3년 만에 살아나면서, 2분기 말 가계신용(빚·1천896조2천억원)은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16조원)을 중심으로 1분기 말보다 13조5천억원이나 불었다.
3분기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지만,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4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19조9천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천795억원 더 늘었다.
결국 일부 은행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줄이는 차원에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까지 막기 시작했다.



◇ 주택공급책·2단계스트레스DSR 효과가 피벗의 관건
이에 따라 최근 발표하거나 시행을 앞둔 정부의 부동산·가계대출 정책의 실효성이 한은의 피벗 과정에서도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8일 정부는 서울 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12년 만에 전면 해제하는 방안을 포함한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일단 이 총재는 "(이번 정부 부동산 대책이) 과거와 다른 점은 공급 정책이 현실적이고 과감하다. 국회를 통해 실현되기를 바라고, 공급 정책이 실현될 경우 미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영끌 족은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두 달 연기 등 우여곡절 끝에 9월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관건이다. 스트레스 DSR은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늘어날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반영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더 깐깐하게 심사하는 제도로,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1단계보다 대출 한도가 더 큰 폭으로 축소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추세가 그대로 하반기에 이어질 경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작년 대비 5%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실행(9월) 이후 가계대출 흐름이 한은의 인하 시점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 역시 "DSR 강화 가능성이 커졌고, 금융위원장도 명시적으로 대책이 부족하면 추가로 수요 대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대응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 집값·대출 두달새 안정될까…이 총재 "10월 지표로 판단. 11월 인하도 가능"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실효적이라고 해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불과 두 달 뒤 10월에 한은이 안심하고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재 자신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이 총재의 전언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10월 인하설의 불씨도 살아있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피벗이 11월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시차' 문제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인하를 주장한 소수의견이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10월 인하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통위가 소수의견을 통해 '인하 또는 인상이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온 만큼, 이달 만장일치 동결이 중간 과정 없이 다음 10월 회의에서 갑자기 과반 인하 결정으로 바뀌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총재는 이런 견해에 대해 "과거에는 소수의견으로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소통)했지만, 최근에는 3개월 단위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를 소개하고 있는 만큼 현재와 미래의 결정이 분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0월 인하 가능성 관련 질문에도 "3개월 시계에는 10월과 11월이 다 포함된다"며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인하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라고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0월에도 가계부채·부동산·환율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한은은 11월 이후로 인하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직 한은의 경기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점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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