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부동산 통한 경기부양 고리 끊어줄 때 됐다"

입력 2024-08-22 15:32  

[일문일답] 이창용 "부동산 통한 경기부양 고리 끊어줄 때 됐다"
"금융안정·경제발전에 악영향"…'영끌족'에 이자 부담 경고도
전원일치 동결에도…"금통위원 4명,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런 고리는 한 번 끊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며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부동산 문제와 가계부채를 꼽았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소득 대비 너무 오르면, 버블(거품)이 꺼졌을 때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자원 배분 관점도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부동산에 돈이 몰리고 대출이 늘어나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올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좋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최근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다. 경기 부진 우려에 금리 인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만장일치 동결 결정에 대한 이유는.
▲ 물가만 보면 목표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을 좀 더 갖게 됐다. 작년 동기 농산물 가격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몇 달은 수렴 속도가 오히려 빨라질 것으로 본다. 물가 수준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한다.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4%, 잠재성장률을 2% 정도로 보기 때문에 전체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 이상이다. 다만 내수 성장률이 더딘 것은 사실이다.
현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금리를 계속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이 가속화될 위험이 있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다. 내수 부분은 시간을 두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금융안정은 지금 막지 않으면 좀 더 위험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상충관계를 보고, '8월에는 금리를 동결하는 게 더 좋지 않은가' 라는 게 금통위원들의 생각이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4%로 낮춘 것은, 경제 흐름을 보니 1분기에 높았던 성장률의 경우 소비를 포함해 일시적 요인이 좀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선 상향조정이 과도해 기술적으로 낮춘 것이지, 경기가 나빠졌다거나 기조적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가계부채는 거시건전성 규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해왔는데, 지금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가계부채 우려가 커진 것 같다.
▲ 부동산 가격을 통화정책으로 잡는 게 목표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금융안정이 목표고 금융 안정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이기 때문에 그런 각도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거시건전성 정책, 부동산 공급정책으로 조절하는 게 당연하다. 다만 한은이 이자율을 크게 낮춘다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데 있어 저희가 공조할 필요도 있다.
-- 서울 집값을 기준금리 결정에 고려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 서울지역 집값 등 특정 지역 부동산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가 될 순 없다. 그런데도 저희가 고민하는 이유는 먼저, 금융안정 목표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그냥 두는 게 우리 경제에 좋은가 생각해보면, 금통위원 전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동산가격이 소득 대비 너무 오르면 버블이 꺼졌을 때의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자원의 배분이라는 관점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부동산에 돈이 몰리고 대출이 그쪽으로 가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올리고 하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좋은 일이냐. 금통위원들은 이런 고리를 한 번 끊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금융안정, 장기적 한국경제 발전 방향 등을 볼 때 한은이 부동산가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 '영끌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자기 돈으로 부동산이 오를 거라고 생각해 투자하면 자기 책임이다. 그런데 영끌족은 돈을 빌려서 하는 분들이니까,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이 빠르게 오르던 시점을 생각하고 있다면 두 가지를 더 고려하라고 하고 싶다. 먼저 정부의 공급대책이 과거와 달리 현실적이고 과감하다고 생각한다. 국회를 통해 공급정책이 실현되길 바라고 있는데, 공급이 된다고 하면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수요 측면에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발표됐는데, 스트레스 DSR이나 DSR은 우리나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대책이 부족하면 추가 대책을 위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만약 예전의 0.5% 금리 수준으로 조만간 돌아가서 영끌시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이야기하겠다.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 시중은행도 대출금리를 올리고, 디딤돌·버팀목 등 서민 대출금리도 인상되는 추세다. 서민 대출 문이 막히고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데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 한은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서민들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정책금융 (지원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또 오르고, 대출이 늘어나는 그런 위험이 현실화했다고 본다. 그래서 이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대출받기 어려운 문제는 정부에서 좀 더 세심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책 의도와 달리 높아진 주택 가격이 정책금융을 더 많이 하게 하고, 정책금융이 다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는 어느 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기준금리 전망은.
▲ 저를 제외한 여섯 분 중 네 분은 3개월간 3.5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견해를 나타냈다. 두 분은 3개월 후에도 3.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이유를 말씀드리면 네 분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발표, 시행될 것인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거시경제,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를 결정하자는 생각이었다. 나머지 두 분은 부동산 관련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시차가 걸릴 것이고, 향후 3개월 내, 11월까지는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인 정책이라는 생각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 소수의견 제시 없이 포워드가이던스만으로 시장에 신호를 주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나.
▲ 과거에는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가 없어서 소수의견을 가지고 시장과 소통했다. 3개월 미래에 대한 방향은 소수의견이 아니라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그런 변화가 있다고 봐달라. 이번 결정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은데, 8월은 여섯 분 전부 소수의견 없이 동결 결정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결정하신 분 중에서도 네 분은 미래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결정과 미래 결정을 분리하는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미래에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것이 꼭 인하한다는 것은 아니고, 조건부라는 걸 다시 말씀드린다.
-- 10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한 총재의 생각은.
▲ 지금 상황이 어느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기관과 매체에서 다르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고, 한은은 그런 견해를 취합해 듣고 내부 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3개월 시계에는 10월과 11월이 다 포함된다.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 정치권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기관에서도 내수 부진 우려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총재 생각은.
▲ KDI는 내수나 경제 성장에 좀 더 중점을 둬서 정책 제안을 한 것 같다. 한은은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야 해서 금융안정 목표에 더 무게를 둬서 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 정책 제안을 한 것으로 본다.
내수가 당초 생각보다 더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금융안정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하반기 소비성장률은 1.8%를 예상한다. 잠재성장률 2%와 비교하면 1.8%는 낮긴 하지만, 크게 낮지는 않다. 소비라는 게 일시적인 소득 변화에 의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적 용어로 항상소득, 소득수준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전반적인 경기와 소비가 나쁘다기보다는 자영업자와 부채가 많은 취약계층이 고통받는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 기준금리 인하 시 내수 영향은.
▲ 금리 인하는 투자수요 등에 상대적으로 짧은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수 있다. 소비에는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많은 부분이 고령층이고 20대∼40대 고용은 줄어들고 있다. 해고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여력은 20∼40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가 둔화하는 것은 인구 관련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이자 부담 경감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미 시장금리가 하락해서 평균적으로 이자 부담이 0.25%포인트(p)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수출 호조가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는데 대부분 IT와 반도체가 주도했다. 수량과 가격을 나눠서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가 대부분이었고, 상반기 이후부터 물량이 늘고 있다. 가격 상승은 반도체 생산기업 이익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있지만 고용 등 내수에 퍼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상반기부터 물량이 늘어난 것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줘서, 하반기에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반도체와 IT 업종에서 작년 실적을 반영해 임금을 많이 올리지 않았는데,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개선됐다. 보너스나 임금 지급이 하반기에 이어지면 내수로 연결될 수 있다.
-- 지난 금통위에서 시장금리 하락이 과도하다고 했는데, 여전히 같은 생각인가. 시장이 과도하게 움직인다고 할 때, 통화정책 유효성을 높일 방법은.
▲ 기준금리 인하 속도보다 국채 금리가 생각보다 과하게 떨어졌다. 과거 금리가 변동할 때 시장이 앞서 움직이곤 했지만, 과거와 비교해도 그 정도가 심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국제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작동하고 있는 게 한 요인이다. 또한 수급 요인으로 올 한해 발행할 장기 국채의 3분의 2가 상반기 발행돼서 하반기 국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한다. 외환시장 선진화, 세계국채지수(WGBI) 포함 가능성 등도 작용했다고 이해하고 있다.
-- 원/달러 환율이 많이 떨어졌는데,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서 좀 더 편안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 환율 수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다. 환율은 워낙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고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며칠 새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안전하다, 마음을 놨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 금리 인하가 명확한 쪽으로 간다고 하면, 지난 1∼2년과 달리 국제 요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국내 요인에 좀 더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
s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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