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2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역대 최장 13차례 연속 동결 기록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집값과 가계부채 불안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내수 침체도 문제지만 자칫 금리 인하가 부동산과 금융 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내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마냥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경제 사정을 두루 살피면서 정책 전환의 적기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부·여당이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불안한 부동산·금융 시장의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76% 올랐는데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었다. 올 2분기부터 시작된 가계 부채 급등세도 좀체 꺾이지 않아 금융당국이 긴급히 대출한도 규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금통위는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런 견해를 표명한 위원이 지난 7월 회의 때 2명에서 두배로 늘어난 것이다. 다음 금통위 회의(10월)에서 정책 전환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때마침 이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위원 대다수가 "9월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지난 7월 회의 의사록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연준의 다음달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더 커졌고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선 "향후 3개월 내에는 10월, 11월이 다 포함돼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다.
한은은 이날 함께 내놓은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보다 0.1%포인트 낮은 2.4%로 제시했다. 올 2분기 성장률이 -0.2%를 기록했고 3분기 들어서도 내수 회복세가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내수 회복을 위해선 금리 인하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이 내달 실제 금리를 내릴 경우 한은도 경기회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을 시도할 여지가 생긴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를 서둘러 내리다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금리인하 기조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고, 폭증한 가계 부채 관리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이 이른 시일 내에 실효를 거두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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