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출국 금지하거나 여권 빼앗고 시민권 박탈 등 수단 사용"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전 세계에서 최소 55개 권위주의 국가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기 위해 이동 제한을 악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1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권위주의 정권들이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사람들에 이 같은 수단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덤하우스는 벨라루스, 인도, 니카라과, 르완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권위주의 정권으로 분류된 국가들에서 이동 제한을 직접 경험한 31명을 인터뷰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동의 자유는 국제법에 명시된 권리로, 세계인권선언 13조는 '모든 사람은 자국 내에서 이동 및 거주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들은 이와 배치되는 이동 제한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덤하우스는 보고서 서두에서 "현재 북한에서와 같은 전면적인 해외여행 금지 조치는 드물지만, 세계 곳곳 정부들은 여러 이동 제한 조치를 통해 반체제 인사와 활동가, 언론인, 일반인을 강압하고 처벌한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권위주의 정권이 정치적 반대자의 이동 제한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으로는 시민권 박탈, 출국·입국 등 여행 금지, 여권 압류, 영사 서비스 접근 제한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출국이나 입국을 금지하는 여행 금지 조치는 이번 조사를 통해 권위주의 정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수단이었다.
최소 40개국에서 이를 통해 반체제 인사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여행 금지 조치를 부과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여행 금지가 정치적 수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 인터뷰에 참여한 반체제 인사들에 따르면 현재 약 1천500의 정치범이 수감돼 있는 벨라루스에서는 이전에 수감됐다 풀려난 사람들도 출국 금지 조치로 인해 벨라루스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시민권 박탈의 경우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으로, 바레인, 이집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10년간 반체제 인사, 인권 운동가, 언론인 등의 시민권을 취소했다.
이 밖에도 지난 2022년 미얀마 군사정권이 반체제 인사 30명 이상의 시민권을 무더기로 박탈한 바 있다.
여권 등 여행 서류의 압류 등 제한은 해당 인사의 입국이나 출국을 막는 방법으로, 최소 38개국이 이 수단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사 서비스 접근 제한은 최소 12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정권은 귀국을 원하는 특정 개인에 대해 영사 서비스를 거부하기도 하며, 따라서 여권 갱신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니콜 비빈스 세다가 프리덤하우스 임시 대표는 "이동 제한과 정치적 투옥, 초국가적인 탄압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과 일치된 노력이 없다면 반대 의견에 재갈을 물리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런 수법의 사용은 늘어나기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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