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값 폭등 여파에 군비 지출 부담 가중…내년 예산 비상
"독일 내 우크라 원조 중단·종전 협상 압박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2022년 9월 유럽 발트해 해저에서 일어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가 지목되면서 독일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가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의 침공에 2년 반 동안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내 최대 원조국이다.
그러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독일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철회하고 종전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국내 압박에 직면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이 가스관을 통해 유럽행 천연가스 물량의 40%가량이 운반됐다.
하지만 2022년 9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연쇄 폭발해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독일의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고, 민심도 악화했다.
독일의 재정난이 커지는 가운데 이 폭발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이 발레리 잘루즈니 당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지휘로 민간 자금을 지원받아 수행한 작전의 결과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도 최근 나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장 큰 후원국으로 남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밝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면서 독일 집권당은 위기를 맞고 있다. 내달 치러지는 주요 지방선거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극좌 및 극우 정당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을 수사 중인 독일 검찰이 이 사건의 피의자로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기소할 경우 독일과 우크라이나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도 있다.
독일의 군비 지출 부담이 커진 것도 우크라이나 지원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독일은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올해 6월까지 140억 유로(약 20조8천850억원) 넘게 지원했다. 대부분 군사적 원조다.
독일은 군비 지출 증가분을 정규 예산 이외에 1천억 유로(약 149조1천500억원) 규모의 특별기금으로 대부분 충당했다. 이 특별기금은 2027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정부가 더는 군비 지출 증가와 같은 특별 프로젝트를 위해 예산 이외의 자금을 차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16일 연립정부에서는 2025년도 예산 적자 목표를 170억유로(약 25조3천373억원)에서 120억유로(약 17조8천918억원)로 축소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독일의 내년 예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는 40억유로(약 5조9천630억원)로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현지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독일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이처럼 삭감한 데 이어 추가 지원안을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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