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업계 IT당국에 의견 피력…"지원 후 평가해 추가 지원 여부 결정을"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조현영 기자 = 정부가 세계 3대 인공지능(AI) 강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AI G3' 포부를 밝혔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는 쉽지 않은 목표라는 회의론이 업계 안팎에 팽배해있다.
국내 AI 업계에서는 현재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전략부터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조 단위 투자를 감행하는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투자액이 현저히 적은 상황에서 지원 대상마저 산발적으로 쪼개져 있다 보니 투자 실효성이 떨어져 자칫 AI 패권 경쟁에서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국내 AI 업계도 한정적 예산을 무조건 늘려달라는 주장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지원 전략의 고도화'를 주문했다. 소수 업계를 선정해 '투자금 몰아주기' 방식으로 AI 발전 속도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AI 주권 '선봉장'인 하정우 네이버 AI 연구소장은 연합뉴스에 "대한민국에서 AI 대표 기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AI 분야에서 국가대표 기업을 몇 개 선정해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AI 선진국처럼 조 단위 투자는 어려울지라도 수천억원대 재원을 모아 정부가 엔비디아 H100 등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설비를 확보한 뒤 될성부른 소수의 AI 대기업·스타트업에 이 자원을 분배해 AI 모델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 소장은 "선정된 소수 기업이 AI 모델을 만들면 성능 평가를 거쳐 우수한 모델을 선별한 뒤, 보급형은 오픈 소스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풀어 국내 전반의 AI 역량을 높이고 기업들은 프리미엄 버전을 만들어 돈을 벌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정보통신(IT) 당국과 국회에 설파하고 있는데, 하 소장 혼자만의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와 당국 전언이다.
다른 유명 AI 스타트업 A 대표 역시 비슷한 구상을 밝혔다.
구상에 따르면 국가 주도로 3천억원 정도의 GPU를 사들인 뒤, 국내 AI 스타트업 3∼5개를 선발해 6개월간 AI 모델을 발전시켜 오라는 미션을 준다.
이후 성능 평가를 통해 1∼2개 기업으로 압축해 선발된 기업에 GPU 사용 권한을 6개월 더 준다. 또, 성능이 향상된 모델은 정부가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면서 레퍼런스를 만들어주고 공공의 AI 활용 역량도 키우라는 것이다.
A 대표는 "매년 이런 방식으로 지원하고 제대로 평가하면 국내 거대언어모델(LLM)은 전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기업 단위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와 어깨를 겨루는 경쟁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AI 연구개발 지원 전략에 큰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비단 업계만의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펴낸 올해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일부 기업이 한국어 기반의 모델을 만들었지만, AI 주권주의 실현을 위한 별도의 후속 투자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미국 등 글로벌 AI 서비스에 맞서 국내 AI 생태계가 지속해 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AI 연구개발 예산 편성은 향후 우리나라를 'AI 기반이 좋은 나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우수한 AI 서비스를 가진 나라'로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 서울대 인공지능전공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술력은 좋지만 대부분 내수용이라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을 위한 현지 법인 설립, 자금 지원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 지원도 필요하다"며 "데이터가 비싼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모델에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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