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측 "플랫폼 소유주에 책임 묻는 건 터무니 없어"
"러시아 당국자들, 프랑스 구금 조치에 격앙"…양국갈등으로 번지나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언론의 자유 옹호자인가, 범죄 행위를 방치한 플랫폼을 만든 책임이 있는 테크 거물인가."
세계적인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것은 텔레그램이 범죄 및 유해 콘텐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9억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로프의 구금은 소셜 네트워크들의 미래에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5일 짚었다.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 두로프(44)와 함께 2013년 텔레그램을 출시했다.
텔레그램은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앞세워 세계적인 SNS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만든 이후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제삼자에게 단 1바이트(byte·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기본단위)의 이용자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2015년 밝히기도 했다.
텔레그램은 강력한 보안성으로 검열이 만연한 일부 지역에서 유용한 뉴스 소스가 됐으며 러시아, 이란, 벨라루스, 홍콩 등에선 반정부 민주화 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보안성 때문에 다른 한편에선 아동 학대 등 유해 콘텐츠와 테러, 극단주의 콘텐츠, 가짜뉴스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두로프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에 맞선 언론 자유의 옹호자이자 반권위주의 영웅으로 그를 칭송하지만, 범죄 행위가 판치는 플랫폼을 만든 책임이 있는 기술 거물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텔레그램은 이용자의 자유와 사생활을 옹호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과 극단주의자들, 마약상들이 텔레그램의 보호막 아래 모여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각국 정부와 경찰은 텔레그램이 "다른 소셜 네트워크에 비해 당국에 협조하는 것을 꺼리는 데 불만을 표출해 왔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텔레그램 측은 프랑스에서 구금된 두로프가 "숨길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BBC 방송은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성명을 통해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포함한 유럽연합(EU) 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또는 플랫폼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을 의사소통 수단이자 중요한 정보 출처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사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로프가 프랑스 당국에 의해 구금되면서 프랑스와 러시아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러시아 당국자들이 두로프가 체포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이를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인 적대 행위로 간주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 "두로프에 대한 러시아 영사의 접근권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프랑스가 협조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프랑스는 두로프가 프랑스 국적이라는 사실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을 (거절 사유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두로프는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프콘탁테(VK)를 개발,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이름을 날렸지만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이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두로프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프랑스 시민권자다. 현재 텔레그램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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