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쟁연구소 "이 방공망 현황 알아보려 '위력정찰' 나선 듯"
"저항의 축, 이번에 얻은 정보 이용해 조만간 추가 공격 가능성"
이번 공격 작전명은 '아르바인'…이슬람 시아파 최대 종교행사에 맞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의 대규모 무력공방을 두고 헤즈볼라가 다음 단계 공격에 앞서 이스라엘 방공망 현황을 탐색하기 위한 '위력 정찰'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5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이란을 위시한 '저항의 축'이 가까운 미래에 이스라엘을 겨냥한 추가 공세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공격으로 얻은 정보를 그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헤즈볼라의 대규모 공격 징후를 포착했다며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로켓·미사일 발사대 1천곳 등 표적을 선제타격했다.
그 직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드론 등 약 320발을 발사하고,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암살당한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의 보복을 위한 '1단계' 공격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선언했다.
ISW는 이란을 비롯한 저항의 축 세력이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등 조만간 추가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날 헤즈볼라의 공격이 이를 위한 "'위력정찰'(reconnaissance-in-force)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력정찰은 적군의 세력과 배치상황, 반격능력 등의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계획된 전투 작전을 뜻한다.
즉 이번 헤즈볼라의 공격이 보복전의 '본편'이 아니라 본격적인 공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현황을 파악하려는 탐색용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ISW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실제보다 그 규모가 "더 커 보이도록 의도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ISW는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배치한 로켓포 가운데 일부만 실제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헤즈볼라가 공격 방향과 규모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로켓 발사대를 실제 사용할 것보다 더 많이 배치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을 활용해 이스라엘 방공망의 역량과 배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드론·로켓보다 미사일을 더 많이 사용하는 등 더 효과적인 이스라엘 공습 계획을 설계하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SW는 그러면서 헤즈볼라의 이번 공격으로 저항의 축이 "향후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교훈"을 얻어 "앞으로 수일 또는 수주일 안에 (이스라엘을) 별도로 공격할 때 그 정보를 적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항의 축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이란 공화국이 세워진 이후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구축해온 비전통적 동맹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한 적개심을 공통분모로 정치·군사적으로 연대한 이란과 그 대리세력을 뜻한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대리세력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예멘의 반군 후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의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이 있다.
실제로 저항의 축 세력은 이날 헤즈볼라의 보복공격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작전이 "처벌의 일부"일 뿐이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하마스를 지지하며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해온 예멘 후티 반군도 헤즈볼라의 공격을 반기면서 지난달 자신들의 근거지 호데이다항이 공습당한 데 대한 보복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란 역시 지난달 30일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지도자가 암살된 것과 관련해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헤즈볼라는 이날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종교행사인 '아르바인'에 맞춰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며 작전명 역시 아르바인이었다고 밝혔다.
아르바인은 시아파 무슬림이 가장 숭모하는 3대 이맘 후세인 이븐 알리가 순교한 날을 기리는 아슈라로부터 40일째를 기리는 날이다.
일부에서는 '저항의 축'이 향후 보복을 단행할 때 헤즈볼라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상징성이 짙은 날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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