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빅컷' 가능성 있지만…제조업 경기·고용 지표 확인해야"
"美 대선, 누가 승리해도 글로벌 채권 시장 불확실성 커질 것"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미국 경제는 연착륙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하거나 침체될 가능성은 작다"
줄리앙 우당 슈로더투자신탁운용 글로벌 채권 인컴 부문 대표는 27일 서울 사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잭슨홀 미팅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기대감이 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빅컷)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단 앞으로 나올 제조업 경기과 고용 지표가 시장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 경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슈로더는 지난 6월 기준 7천737억파운드(약 1천353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영국 소재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NMG가 지난해 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브랜드 파워를 조사한 결과 슈로더는 블랙록, JP모건자산운용, 핌코, 피델리티에 이어 세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당 대표는 2019년 슈로더에 합류한 후 지난해 채권 대표 자리에 올라 글로벌 거시 경제 동향과 크레딧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다음은 우당 대표와의 일문일답.
--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것이라고 보는가. 향후 미국 경기를 전망한다면.
▲ 지난 몇 달간 흐름을 보면 미국 경제는 연착륙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물가상승률이 상당 부분 완화됐고, 경제 성장세도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다. 고용 시장 경색도 조금씩 풀리고 있는 모습이다. 채권 시장도 급격한 변동성은 눈에 띄지 않고, 크레딧 시장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확률은 축소하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하거나 침체될 가능성은 작다.
-- 이달 초 시장에 미국 경기 침체 시나리오가 덮치며 글로벌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이는 단발성 이벤트로 보는 것인가.
▲ 이달 들어 시장 변동성이 부각되기는 했다. 특히 국고채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베팅이 강한 것 같고,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층 적극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많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 시장이나 크레딧 시장을 보면 여전히 연착륙에 더욱 무게를 두는 모습이고, 우리 역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에 변함없다. 이달 초 나온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허리케인 등 계절적 영향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지난 23일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 이후 시장에서는 9월 '빅컷'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데,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 다음 달 초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8월 제조업 관리지수와 각종 고용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이런 지표들이 예상보다 안 좋다면 빅컷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는 미국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하거나 침체될 수 있다는 수치들은 보이지 않는다. 파월 의장은 데이터를 중시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지표들이 발표돼야 연준의 긴축 정도를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달 들어 4%대 아래로 내려온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3일 3.801%까지 떨어졌다. 이미 시장은 빅컷을 포함한 적극적 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 지금 미국의 국채 금리 레벨을 평가한다면.
▲ 연준이 기준금리를 9월 0.5%포인트 인하하고, 연말까지는 총 1%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수준으로 본다.
-- 긴축 기대감을 선반영해 미국 국채 금리가 많이 낮아진 상황인데 여전히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는가.
▲ 그렇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은 '방어적인 자산' 역할을 하기에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유사시에 대비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또한 지금 유럽과 중국의 성장률이 매우 낮은 수준인데 이것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 투자는 주식 투자보다 훨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 미국 대선은 채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나리오별로 설명해준다면.
▲ 선거 결과가 어떻든 간에 다소 부정적일 것이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적극적 관세 부과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다. 인플레이션 전망과 재정적자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채권 금리와 신용 스프레드의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같은 날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증가하는 재정적자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행정부 운신의 폭은 줄어들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이런 부정적 시나리오가 더 빨리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에서는 최근 채권 투자 열풍이 거세다. 미국 등 다른 국가는 어떤가. 국고채 금리가 많이 떨어지며 회사채, 하이일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미국에서는 국채 금리와 비교해 투자 매력이 높은 회사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인플레이션율과 비교하면 회사채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높아 투자 매력이 크다. 다만 크레딧 투자는 항상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아직 크레딧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 경기 둔화가 시작되면 크레딧 시장 매력도가 빠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수익률이 괜찮은 편이지만 항상 위험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채권 시장에서 슈로더의 강점이 있다면.
▲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섹터, 최고의 종목을 잘 발굴하는 것이 장점이다. 북미, 유럽, 아시아 시장 등을 면밀히 연구하는 애널리스트가 60명 가까이 있고 이들이 밸류 헌팅을 체계적으로 한다.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내는 이유다. 이에 앞서 거시 경제, 자산 배분에 대한 연구가 잘 이뤄지고 있는 점은 기본이다.
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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