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핑 수업 받은 고교생, 2000년 44%→2019년 2.5% '뚝'
'학생은 모바일·교사는 컴퓨터 위주' 세대차도…"타이핑 배우고파" 수요 늘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미국 Z세대가 키보드로 글자를 입력하는 타이핑엔 쩔쩔매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트북, 태블릿 등 IT기기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디지털 네이티브'이지만, 타이핑하는 법을 학교에서 따로 배우지 않은 탓에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는 Z세대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타이핑을 가르치는 고등학교의 수는 최근 25년간 크게 줄었다. 2000년 졸업한 고등학생 중 키보드 수업을 받은 학생 비중은 약 44%였지만, 2019년엔 2.5%로 떨어졌다.
교사들은 Z세대가 기술에 친숙한 점으로 미뤄 타이핑 방법 역시 이미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과 다른 현실에 교육현장에선 당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같은 교육 현실에 타이핑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오클라호마시 교육당국에서 근무했던 크리스틴 뮬러는 교사들로부터 학생들의 타이핑 실력에 관한 얘기를 듣고 '키 비'(Key Bee)라는 키보드 타이핑 대회를 열었다. 이후 전반적으로 학생들 타이핑 속도가 빨라졌다는 반응을 교사들에게서 들었다.
23살 조나 마이어는 중학교 1학년 때 타이핑하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여전히 타이핑할 때 키보드를 봐야 하는 수준이다. 대학에서 논문 작업을 할 땐 음성·문자 변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류가 많았고, 결국엔 부족한 타이핑 실력을 동원해 논문을 마쳤다. 그는 "너무 지루했다"고 토로했다.
18살 페이지 드채니는 컴퓨터보다 아이패드로 타이핑하는 게 더 편하다. 지난 학기엔 8쪽짜리 수업 과제를 아이패드로 쳐서 냈다. 그는 아이패드 화면의 키보드 레이아웃을 알고 있고, 열 손가락을 이용해 빠르게 타이핑한다고 했다.
드채니처럼 미국에선 점점 많은 학생이 모바일 기기로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
미 학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캔버스'에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 39%는 모바일 기기에서 업로드됐다. 반면 교사들은 90% 이상이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캔버스 관계자는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을 매우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 두 세대가 있다"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타이핑 연습 사이트 타이핑닷컴(Typing.com) 측은 점점 많은 주(州)가 시험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학교들이 타이핑 교육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뉴욕, 텍사스 등 컴퓨터 기반 시험을 시행하는 주에서 타이핑 교육 프로그램 수요가 증가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16살 소피아 스트랜디는 약 7년 전 부친이 타이핑닷컴에 입사한 후 타이핑 연습을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분당 95단어까지 칠 수 있다.
스트랜디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비밀 지식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는 루벤 타슬러(17)는 대학에 가기 전에는 타이핑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타슬러는 "아마 내가 타이핑하는 법을 배우고 나면, 그때야 더 일찍 배울 걸 그랬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키보드를 덜 자주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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