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개발에 쓰는 프래킹 공법으로 지하 열 활용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메타와 구글 등 주요 기술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주역인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지열'을 활용하는 기술에 베팅하고 있다.
페이스북 소유기업인 메타는 세이지 지오시스템즈(이하 세이지)라는 스타트업과 150MW(메가와트)의 지열 에너지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고 2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여기서 확보되는 전력은 메타가 확장하는 데이터 센터에 공급된다.
이 전력은 대략 일반가정 7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세이지가 지열을 끌어내는 기술은 셰일 암석에서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데 쓰는 프래킹 공법과 유사하다.
지표면 아래 수천 피트까지 균열을 만들어 물을 주입하면 지하의 뜨거운 열과 압력이 이 물을 터빈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가열해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는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
신디 태프 세이지 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 "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셰일가스를 추출 때 쓰는 것과 같은 프래킹 기술"이라면서 "다른 점은 석유나 가스와 같은 탄화수소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청정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프 대표는 세이지로 옮기기 전까지 석유기업 셸에서 36년 동안 일한 이 분야 베테랑이다.
세이지는 이미 텍사스주 남부에서 테스트 유정을 시추한 바 있다. 앞으로 로키산맥 동쪽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며 오는 2027년 첫 진행단계를 공개한다는 목표다.
구글도 이 분야에서 유명한 스타트업 퍼보 에너지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네바다주에 5MW 규모의 지열 시범 공장을 짓기로 했다. 아울러 향후 몇 년 내로 구글의 데이터 센터에 더 많은 지열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퍼보는 또 남부 캘리포니아주에 전기를 판매할 400MW 규모의 공장을 유타주에 건설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전력 비중은 9%로 추정된다. 현재의 4%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열 발전은 수십 년 전부터 활용돼 왔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했다. 캘리포니아나 아이슬란드의 일부처럼 지표면에 가까운 곳에 온수가 있을 때만 개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지열의 미국 내 전력공급 비중은 현재 0.4%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기술로 지구상 모든 곳에서 지열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팀 라티머 퍼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기술은 이미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앞으로는 더 극적인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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