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언론 보도…中반발 연말 대선 영향 우려한 美, 본토 경유에 '손사래'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남미를 방문할 경우, 미국 본토가 아닌 하와이를 경유할 것이라고 대만 연합보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이 총통이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남미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경유지를 하와이로 해 줄 것을 미 정부가 주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는 작년 8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특사 자격으로 남미 수교국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던 당시 라이 부총통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경유를 허가한 바 있으나, 총통 자격의 미 본토 경유엔 고개를 젓고 있다.
라이 총통은 중남미의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파라과이 방문을 희망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외국 방문 계획이 없다"는 총통부의 답변을 들었다고 연합보는 전했다.
차이 전 총통도 2017년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중남미 순방길에 나선 바 있으며, 휴스턴 등 미 본토를 경유했으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지는 않았다.
이어 작년 3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해 과테말라와 벨리즈 등 중미를 방문했으나, 차이 전 총통의 귀국 직후인 그다음 달 중국군은 대만을 포위한 채 대규모 군사훈련을 이틀간 벌여 위협했다.
미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요구하는 중국은 대만 총통의 공식적인 방미 또는 경유 때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만남에 강력하게 항의해왔다.
미국 역시 중국과 공식 수교하고 대만과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 같은 반응을 의식해왔으며, 대만 총통의 미 경유 때에도 워싱턴 방문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미·중 관계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미 행정부는 워싱턴을 제외한 대만 총통·부총통의 미국 경유를 허용해온 게 사실이다.
연합보는 "미 행정부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열기가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중남미 방문을 이유로 한 라이 총통의 미 본토 방문이 너무 민감하다고 판단한듯하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라이 총통이 중남미 방문 일정을 미 대선 이후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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