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기소·수배…"공권력 남용" 반발에 필리핀 경찰 "법에 답해야"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필리핀 경찰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2016∼2022년 재임)과 가까우면서 미국에서 아동 성범죄 등 혐의로 수배된 대형 교회 목사에 체포에 나서자 두테르테 측이 반발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AP 통신과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지난 24일부터 필리핀 남부 중심지 다바오시에 있는 아폴로 퀴볼로이(74) 목사의 약 30만㎡ 규모 종교시설에서 그를 체포하기 위한 작전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25일에는 이 시설 수색을 시도했다가 돌을 던지고 칼을 휘두르는 신도 수백 명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6명이 부상했다.
퀴볼로이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 왕국' 교회의 설립자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정신적 조언자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교회 조직을 활용해 두테르테의 당선을 도왔고 두테르테도 언론 인터뷰에서 퀴볼로이 목사와 친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2021년 미 연방검찰에 의해 아동 성 학대, 불법 입국 알선, 돈세탁 등 다수의 혐의로 기소돼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배된 상태다.
미 연방검찰은 퀴볼로이 목사가 자칭 '하나님의 아들'인 자신을 거부하면 "영원한 지옥"에 빠질 것이라고 협박하며 12∼25살 여성 신도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경찰은 지난 4월 초 퀴볼로이 목사 시설을 수색해 그를 체포하려고 시도했으나, 신도들 저항으로 실패했다.
경찰은 이번에 퀴볼로이 목사 추종자들이 그를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체포 작전에 나섰다고 현지 방송 ABS-CBN이 전했다.
현지 경찰 당국은 전날 퀴볼로이 목사가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 내 지하 벙커를 찾아냈다면서 그에게 자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아들인 서배스천 두테르테 현 다바오 시장은 한 목소리로 경찰이 적법한 절차를 어기고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루커스 버사민 행정장관은 "그(퀴볼로이 목사)는 법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면서 "법은 과정을 따라야 한다. 그게 절차"라고 일축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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