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균형추' 맥매스터 전 보좌관, 회고록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임기 당시 트럼프가 아부에 약한 점을 이용해 그를 조종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1기 시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허버트 맥매스터는 27일(현지시간) 발간된 비망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을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대통령과는 푸틴과 러시아에 관한 논의를 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트럼프 선거본부가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겪은 트럼프가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주제를 특검과 연결지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민주당과 그에 반대하는 이들은 (트럼프가) 러시아와 결탁했거나 타락했다는 증거를 계속 찾아 헤맸고, 이 모든 것들은 크렘린(러시아 정부)에는 기회가 됐다"면서 "무자비한 KGB(옛 소련 첩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 요원이었던 푸틴은 트럼프의 자존심과 아첨에 취약하다는 점에 맞춰 연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조지 W. 부시나 버락 오바마 등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자신만만'했던 데다 스스로를 푸틴과 개인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협상 전문가'로 여겼던 점, 뭐든 일단 반사적으로 반대하고 보는 경향이 있었던 점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덧붙였다.
"워싱턴의 외교정책 전문가 대다수가 크렘린에 대한 강경한 접근을 주장한 건 대통령으로 하여금 반대 방향으로 접근하도록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러시아군 정보당국 대령인 동시에 영국 이중첩자였던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2018년 3월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그 며칠 뒤 '푸틴, 트럼프 격찬하며 미국 정치 혹평' 제하의 미국 타블로이드 기사 스크랩을 푸틴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맥매스터는 전했다.
그러한 지시를 무시하고 같은 날 저녁 귀가한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아내에게 "이 일을 한지 1년이 넘었는데도 난 푸틴이 트럼프를 꽉 쥐고 있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같은 해 2월 뮌헨 안보 회의에서 미·러 사이버 안보 협력을 제안한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에게 "죄다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을 공격하는데 바빠서 러시아 사이버 전문가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농담을 던진 것이 두 사람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개입을 시도했다는 뮬러 특검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러 의원을 압박했는데, 맥매스터를 축출하길 원했던 백악관 인사들은 이를 맥매스터가 특검보고서의 내용이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는 식으로 트럼프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1기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주를 제어하며 균형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맥매스터는 재직 13개월 만인 2018년 3월 22일 트럼프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회고록 발간을 앞두고 CBS 방송과 한 인터뷰에선 "푸틴은 세계 최고의 거짓말쟁이다.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조종하려 했는지에 대해 써야 하는지 고심했다"고 밝히면서 "푸틴이 어떻게 트럼프의 '버튼'을 누르려 했는지에 대해 쓴다면 만약 트럼프가 재선돼 차기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그런 전술에 덜 취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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