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연합이 추천한 총리 후보 거부…극좌 고립하고 '공화 전선' 고수
좌파 연합, 항의 시위로 마크롱 압박 움직임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총선에서 1위를 한 좌파 연합의 총리 후보를 거부하면서 동시에 '좌파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의 의도를 파악한 좌파 진영이 이에 맞서 더 강경하게 결집해 긁어 부스럼이 될 판이어서 총리 임명이 더 지연될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제도적 안정을 명분으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내세운 루시 카스테트 총리 후보를 공식적으로 배제했다.
NFP와 그들의 공약에만 기반을 둔 정부는 하원에서 곧바로 불신임받을 것이라며 카스테트 후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신 NFP 내 사회당과 공산당, 녹색당 등 상대적 온건 좌파로 분류되는 정당에 범여권의 중도 진영과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NFP 내 최대 세력이자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끄는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여타 좌파 정당을 서로 떼놓겠다는 계산이다.
엘리제궁은 27일부터 다시 시작하는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 간 회동에도 LFI는 초대하지 않았다.
극우 국민연합(RN)과 그 연대 세력 역시 이번 2차 회동엔 참여하지 않는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직후인 지난달 10일 프랑스 국민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정치 진영에 좌우 극단 정당을 배제한 '공화 전선' 구축을 촉구한 틀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도 마크롱 대통령이 굳이 지난 23일과 26일 각 정당 지도자를 초청해 정부 구성 방안을 논의한 것은 카스테트 후보를 공식적으로 배제할 대외적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회동에서 극우 정당과 우파 공화당 등은 NFP의 정부 구성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NFP 정부를 거부한 건 대통령이 아닌 의회의 정당이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과의 23일 회동 결과가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내심 총리 임명을 기대했던 좌파 진영은 그가 자신들의 말을 듣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쳤다고 비난했다.
파비앙 루셀 공산당 대표는 이날 BFM TV에 "오늘 우리 공화국 대통령은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좀 비슷하다"며 "미국 말고 투표 결과를 이런 식으로 부정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좌파 분열 작전도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사회당과 공산당, 녹색당은 마크롱 대통령의 2차 엘리제 회동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스테트 후보도 이날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 나와 "(정부) 동거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게 아니라면 엘리제궁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좌파 진영은 마크롱 대통령의 총리 임명 거부에 반발해 지지자를 동원한 시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극좌 LFI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마크롱의 쿠데타'에 맞서 내달 7일 거리 시위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LFI는 추후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에 대해 하원에서 불신임 동의안을 제출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 탄핵안도 발의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하원 구도상 LFI가 제출하는 내각 불신임안이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하원 전체 577석 중 143석을 확보한 극우 RN과 그 연대 세력은 NFP 출신만 아니라면 총리 후보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한 딴지를 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세바스티앙 슈뉘 RN 부대표는 이날 TF1에 출연해 이민, 사회 불안정, 구매력 향상 등 세 가지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새 정부를 불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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