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드론 잔해와 공격 흔적 확인"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군사작전을 펴는 러시아 쿠르스크의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했다.
로이터, 타스 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 쿠르스크주 쿠르차토프에 있는 쿠르스크 원전을 시찰한 뒤 기자들에게 "이곳 인근에서 핵사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쿠르스크에서는 지난 6일부터 러시아 본토를 공격 중인 우크라이나군과 이를 격퇴하려는 러시아군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4대 발전소 중 하나인 쿠르스크 원전은 전투 지역에서 50㎞ 거리 내에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전은 정상에 매우 가까운 상태로 가동되고 있다"면서도 원전이 가동 중이어서 사고시 더욱 심각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쿠르스크 원전이 1986년 최악의 원전 사고가 난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설계인 RBMK 원자로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RBMK 원자로에는 현대 원전 대부분에 설치된 격납 돔과 보호 구조물이 없다면서 "이는 핵물질이 포함된 원자로 노심이 일반 지붕으로만 보호된다는 뜻으로 포격, 드론, 미사일에 노출될 수 있고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은 작동할 때 온도가 훨씬 높으며 충격이나 영향을 미치는 무엇인가가 발생하면 결과가 심각하다"며 "우리는 이런 유형의 원전이 군사 전선에서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쿠르스크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을 동일시하는 것은 과장이라면서도 "두 원전의 원자로가 특별한 보호 장치가 없는 유형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원전은 절대, 반드시, 꼭, 어떤 경우에도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고 재차 경고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원전에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원전을 공격하려고 했다고 비난하며 IAEA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공격 주체를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은 채 "드론 공격 사례에 대해 여러 차례 브리핑 받았고 오늘 그들의 잔해 일부와 흔적들을 봤다"고 말했다.
쿠르스크 원전을 시찰한 뒤 쿠르차토프 마을의 사회 복지 시설도 방문한 그는 다음 주에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화가 중요하다. 대화를 계속 해야 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가 통제 중인 자포리자 지역에 위치한 유럽 최대 원전이다.
타스 통신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방문 뒤 러시아를 다시 찾는다고 전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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